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묘사떡 나누 듯이

이쁜준서 2023. 3. 26. 09:25

봄의 대명사
진달래꽃
벗꽃은 없어도
전국 방방곳곳에
진달래는 핀다.

내가 부산에서 시골로 전학 간것은 4학년
신학기가 시작 하는 날에  전학서류를 들고가
접수를 했고,
교무실에서 담임  책상 앞으로 갔고,담임 선생님은 이번주는 오후반이라 했었다.


거리 감각을 모르니  십여리 길을 걸어 집에 갔다 온다고 나는 집으로 걸어 왔고 교실에서는 내가 들어 오지 않으니 찾느라 야단이
났고,
그 반에 나도 얼굴도 못본 오촌 아재가
성씨가 같으니 너는
동네에가서 아이가 와 있으면 학교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고
시끌법적하게 봄이 시작 되었다.
그 시절 전화는 시골에서 전체 마을에 한 대도 없던, 전깃불도 없어  호롱불을 쓰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부산에서는,
다리 밑에는 부모 없는 전쟁고아들이 어른들과
모여 살았고,
아이들이 밥을 얻으러 오면 밥 얻기가 수월하니 아이들을 감시하는 어른은 뒤 따르고,
밥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4월에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갔고  6월이 되니
보리 수확을 하고,
집에서 일을 도우라고
일주일 방학이 있었다.
가정실습이란 이름의  방학.
그리고는 보리 수확이 끝난 밭에서 보리이삭을 주워서 불우 이웃 돕는다고 학교에 가지고 갔다.
벼 수학철에도 일주일
방학이 있었고,
벼 이삭을 주워서 학교에 가지고 갔다.
내가 중학생 때 까지 시골에서도 보릿고개  전에 양식이 모자라   마을에서 넉넉한 집에서 쌀을 빌려 먹고 가을에 갚기도 했었다.
장래쌀이란 이름이었고.


그런 환경에서,
늦가을,
묘사를 지내는 곳에
가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리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한몫을
받을 수 있었고,
아기를 업고 가면
아기 몫까지 두 몫을
받을 수 있었고,
조상 산소가 아랫들에
또 윗  산 입에 있어서
아랫들에서 받아서 집에 가져다 놓고 윗 산입의 산소에 또 가면
또 한 몫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  다녔다.

묘사를지내시는 분들은 마을 친척 어른들이시고, 혹 마을 어른들이 아니시라도 낯이 익은 친척들이셨다.

수레국화가 저절로
발아해서
겨울을 난 것을
뽑아서
한 화분을 심었다.
또 한 화분  있고.
남은 것들 중에서
친구들이 들고 갔다.


묘사 때는 참 인심이 후 했다.
차사나 기제사가 아니면 맛도 못 본 과일도
한 조각이라도 먹었고,

블로그 글에 봄은  준비가 되었던, 되지 않았던  그 형편은 가리지 않고 봄은 어김 없이 온다는  글을 보았다.

봄은 그렇다.
묘사떡 나누듯이 인심있게 누구에게나 오고
봄이라도 그래서 더 외로운  누구에게도
봄은
오는 듯 하다.

어제 저녁에 전화를 자주 못할 정도로 늦깎이
공부 중인 여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띠 동갑 차이가 나니
공부를 할만한 나이이다.
어두웠을 때 였으니
뭐 좋은 일 있나?
녜 좋은 일 있어요라고
언니가 담아준 겨울초
김치와 쪽파 김치가
맛이 들어서   너무 맛이 있어 행복해서요라고.
밥 먹으면서 전화를 했다.
겨울초 김치는
봄  풋김치이다.

내 나이가 노년을 살게 되면서 내 동생들이
더 귀해진다.

봄의 훈기와 향기는
온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온 사람들을 웃게 만들면 좋겠다.

다행히 나는 도시 삭막함으로 표시되는 옥상에서 꽃을 피우고
새싹이 커가는 것을 본다.
나는 나의 봄을  옥상에서 맞이한다.
옥상 한가득
햇살 가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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