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징어 게임에 우리가 어릴 때 하던 막대 놀이가 없더라 했다.
짤막한 막대를 탁 치면 막대가 위로 올라가고 위에 올라간 막대를 멀리 치고 달리고,
동네 같은 성씨들이 살았으니 촌수로는 나보다 나이가 적은데도 할머니벌도,
고모, 아재가 있었다.
겨울 방학을 하고 낮시간 담이 있는 길에서 놀다가는 햇빛이 잘 드는 집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그곳에서 놀기도 하면, 남자, 여자애가 같이 놀았다.
어떻게 놀았던 것은 기억에 없고, 땅따먹기라는 것이 있었는데,
조금씩 땅을 서로 넓히려고 하는 놀이였다.
참 곱게도 꽃이 피었는데 화분이 묵어지면서
겨울 따뜻한 실내에 들여야 해서
가을은 여름내내 피었던 초화 덤불도 잘라내고, 고춧대도 뽑고, 상추도 뽑아 내고,
다알리아 구근도 캐내고 흙을 정리해서 빈 화분에 담아 두는데 그러니 대파를 심을 수가 있다.
봄보다 9월에 대파를 심으니 뿌리 내림이 빨랐다.
그냥 한 단 사다 두고 먹는것보다 두 단정도 사 심어 두었다 잎은 녹색이 진해지고, 하얀 실뿌리는
실하게 내리고 밭에서 뽑아 온듯한 대파는 연하다.
그런 대파를 뽑아 먹으면서 앞의 뽑은 화분에 또 대파를 심고, 그렇게 세번을 심어 먹고 있다.
뿌리 내린 파를 다 뽑아 먹으면 다시 사다 심고, 그 화분 하나가 땅이 되고,
땅 따먹기 놀이하듯이 참 재미가 났다.
오늘 병원에 다녀 오면서 마침 헐하게 대파를 파는 곳이 있어서 사던 중 제일 많이 사서 심어 두었다.
살음 중이고, 오늘 심은 것도 있고, 이제부터는 살음하게 두고 우선은 단으로 사다 먹을 것이다.
작년에도 배추모종을 해 보았고, 올 해도 배추 모종을 1,000원어치 해 보았는데,
별 재미가 없다.
배추는 그만큼 흙이 많은 큰 화분이어야 되고 거름도 많이 필요한 식물이었다.
아직 옥상에 서리가 오지 않았고 서리가 오면 쌈으로 먹을 것이다.
제법 알이 차고 있기는 하다.
따뜻한 실내로 들여야 해서 몇년 키우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다 다시 키우고는 싶어도
실내 월동은 다시 키우지 못한다.
들미나리 봄에 캐어 와서 3년정도 키워서 먹었다.
봄에 미나리가 올라 와 커면 잘라 먹고, 한번 더 잘라 먹고는 부어서 새로 미나리를 심고,
가을에 두번 잘라 먹고 향이 강하고 연하고 참 맛나게 먹었다.
뿌리가 오래 되니 다시 심어두어도 예쁘게 올라 오지 않아서 캐내고 말았다.
수년전 들에서 토종정구지 씨앗을 받아서 봄에 초벌 정구지 잘라 먹고 또 부어서 새로 심고
했는데 어느 때부터는 정구지는 가늘어 지고 숱도 적어졌다.
작년에는 캐어서 버리고, 올 해는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보기는 토종정구지처럼 보이는데도 맛이 없다.
캐어서 다시 거름을 넣고 심어도 정구지 맛은 변함이 없고, 전에 키우던 것보다 훨씬 빨리 쑥쑥 자라기는
하더라만.
부산에서 우유팩에 넣어서 가져 왔던것을
10년도 더 키웠던 것을 작년 겨울 실내에 들이지 않고
정리한 꽃 중에서 제일 아까운 것이다.
부탁을 들여서 멀리서 올 해 봄 머위 뿌리를 보내 주셨다.
3번을 베어 데쳐서 쌈으로 먹었다.
올 가을 들어서 윗쪽에서 흙을 뿌리가 보일정도로 걷어 내고, 거름을 섞어서 다시 흙을 덮었다.
내년 봄 뿌리쪽이 빨간 머위를 잘라 먹을 수 있을까?
아스파라거스 씨앗을 1봉지 5,000원을 주고 사서 뿌렸다.
한동안 올라 오지 않더니 12개인가? 씨앗은 다 발아가 되었고, 여름 내내 자라면서
뿌리가 형성 되었는지 아주 가는 줄기가 올라오고 덤불이 어찌나 잘 자라던지 서너번 베어 내기까지.
자람을 보니 화분에서 키우는 것은 않되고 거름이 많은 흙에서 고사리처럼 베어 내고 나면
또 줄기가 올라 오는 그런 식물이었다.
그래도 씨앗을 심어 발아까지 되었으니 내년 봄 몇 줄기라도 잘라 먹고 캐 낼려고
흙을 뿌리 위로 걷어내고 거름을 넣어서 다시 덮어 두었다.
어린 준서가 있을 때는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방울토마토는 최소한 이 정도 화분에 키워야 제대로 자란다.
꽃 피는 식물이 많아지면서 심지 못 했다.
7월 말경의 옥상은 아주 덥다.
방울토마토를 따러,
올라 갈 때는 할아버지께 안겨서 갔는데,
옥상 바닥에 내려 놓으니 더운 기운에 화들작 놀란 준서.
누가 꽃을 키울래?
채소를 심어 먹을래?
한다면 단연코 꽃이다.
그런데도 채소를 조금씩 키우는 것도 재미가 있다.
자라는 것 중에 제일 이쁜 것은 상추 씨앗이 발아 되어 자라는 것이다.
옥상 정원은 한정된 흙에서 꽃을 키우기에 꽃이 많아지면 풋고추용 모종이 열포기에서 줄어 들고
상추모종 10포기에서도 줄어 든다.
아마도 내년은 상추를 못 심지 싶고, 풋고추도 5포기로 줄여야 할 듯 하다.
가을에 꽃이 피는 식물로 포트로 사 심은 놓은 것이 몇가지가 되고, 흙의 양을 보아 가면서
초가을에 꽃이 피는 추명국도 살려고 하고,
친구가 오렌지색 소국도 내것으로 사다 놓았다 했고,
아스타 꽃도 4가지 색으로 사다 놓았고,
식물에게는 화분의 흙이 땅이다 싶고, 그러니 식물이 작은 화분이라도 하나 차지 할려면
땅 따먹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