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할 것이 많아서 파는 분갈이 용토를 2포를 사고, 집에 남았던 흙과 섞었다.
남편은 야산 걷기 간 후에 벌렸으니,
용토도 산 것도 모르고, 옥상에서 대 규모로 흙판을 벌리는 것도 남편은 몰랐다.
사 와서 두 발 모으고 한계단씩 올린 것이다.
지가 좋아서 하는 일은 신명이 붙어서 신바람에 하기에 쉽게 뚝딱 하는 것이다.
그것도 어느 한 사람 모르게 하는 일은 더 빨리 하게 된다.
첫째 날,
흙이 다 준비되고 심을 화분까지 챙겨 놓고,
점심 먹고 야산 걷기 다녀온 남편에게 그 날 택배로 온 식물들을 옥상에 줄 세워 놓고,
심어 달라했다.
다 준비된 것을 심는 것이야 작은 포트 식물이라 둘이서 하는 것은 손이 맞아 쉽다.
오후 늦게 심기 시작했어도 어둡기 전에 다 했다.
대야에 화분들을 담아서 우수관 쪽으로 모아 주고, 나는 저녁 식사 준비하러 내려왔다.
둘째 날,
떡을 해가지고 친구가 왔다 갔고,
그날 오후 4시가 넘어서 이웃 친구가 명자 분갈이를 해 주었다.
나는 분갈이할 화분을 가져다주고 분갈이를 한 화분을 치우고,
친구는 계속 분갈이를 하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 끝이 나고, 여전히 갑바에는 흙은 그냥 두었다.
셋째 날,
어제이다.
빨래는 마르는 시간이 있어 아침 식사 후(07시) 삶는 빨래부터 먼저 하려고 했는데,
현관문을 여니 이슬비가 오고 있었다.
순서를 바꾸어 머리가 젖지 않게 모자를 쓰고, 등이 젖지 않게 패딩 얇은 조끼를 입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비는 이내 그쳤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 화분 하나씩 들고 와 분갈이하면 앉았다 섰다를 해야 해서
능률적으로 하려고 분갈이할 화분을 줄 세웠다.
제법 큰 화분들이고, 도기 화분은 고무 재질 화분처럼 툭툭 치면 쑥 빠지는 것도 아니고,
크면 클수록 모양이 이쁘면 이쁠수록 씨름을 해야 했다.
분갈이를 하는데 옥상에서 쓰이는 식칼, 제법 큰 망치, 곡괭이, 큰 드라이버, 꽃삽, 전지가위까지
챙겨 놓고 일을 해야 한다.
뿌리가 엉킨 것은 곡괭이로 뜯어 내도 안 되는 것은 식칼을 대고 망치로 두드려서 해야 하고,
사기 화분에서 빠지지 않은 것은 꽃삽과 긴 드라이브를 가 쪽으로 깊이 넣어서 흙을 털어내고
뽑느라 영차 영차 힘자랑도 해야 하고 그렇다.
점심을 먹으러 내려와서는 삶는 빨래를 하고는,
과산화 탄소인가 하는 것을 넣으면 넘치기에 주방문을 열어 놓고, 들락 거려야 한다.
삶는 빨래를 하는 날은 욕실 청소도 하는데 옥상 일이 있으면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또 하게 되었다.
세탁기에 삶는 빨래를 해서 넣어 놓고는 다시 분갈이하러 올라갔다.
비는 올지도 모르고,
분갈이의 대단원을 마쳤고,
남은 흙속에서 분갈이하면서 떼어낸 뿌리들도 섞여 있어서,
손으로 털리지 않는 것은 벽돌 한 장을 놓고 그 위에 얹어 놓고 망치질을 살짝살짝 해서
뿌리를 골라서 넣고, 헌 스티로폼 상자 조각낸 것도 있어서 종량제 봉투 2개를 묶어 내었다.
흙을 다시 부드럽게 해서 대용량의 화분과 통에 담아 놓고,
그런대로 흙도 빗자루질로 쓸어 내어야 했고, 저녁식사를 밤 8시경에 했다.
저녁밥을 있던 반찬으로 밥만 새로 했기에, 밥이 맛나게 지어져서 저녁식사는 맛나게 했다.
충분하게 엄살을 부릴 정도로 고단 했어도, 밥 당번이니 저녁식사를 지어먹고,
간단한 설거지까지 하고는 전기요 펴둔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밤 11시경에 잠이 들었지 싶다.
새벽 3시가 좀 지나서 일어났고, 잠이 쉽게 다시 들지 않을 것 같아서
컴퓨터를 켜고 뉴스 좀 보다가 블로그 나들이하다가 지금이 04:53분,
이 글을 끝내고 컴퓨터를 닫을 것이다.
이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수수 빗자루질을 하루 한 번은 할 것이고,
비가 많이 와 옥상 바닥에 묻은 흙이 뭉근하게 불면, 수도 호스를 끌고 다니면서 씻어 내어야 한다.
화분이 많아도 화분들을 옥상 벽 쪽에 붙이지 않았다.
또 길면 중간중간 길도 내어 놓았다.
남편은 산책길이라 부른다.
분갈이를 몇 날 며칠 하다가 다 치워 놓고는 몇일 있지 않아 다시 흙을 펴고,
남편의 산책길이 끊어져 있는 날이 많았다.
나무 꽃들 중 명자나무 꽃은 3월에 피고 졌고,
4월의 나무 꽃, 가침박달나무, 당조팝, 수사해당화는 이미 지고 있고,
라일락이 피고 있고, 분홍 빈도리가 한 두 송이씩 피고 있고,
공조팝, 은행잎 조팝은 자잘한 꽃봉오리 부풀리고 있고,
새로 산 장미 조팝은 올 때 만개했던 것이 오기는 했어도 아직은 며칠 볼만 하고,
독일붓꽃 보라색이 피어나는 중이다.
옥상정원에서는 햇빛과 날씨가 좋으면 쾌청한 하늘빛과, 갖가지 색의 꽃들이
밤이면 밀어를 나누면서 색으로 물들인다.
지치고 힘들어도 엄살도 부리지 못하고 하루가 넘어갔다.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