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내 편인 사람

이쁜준서 2021. 2. 21. 05:47

 

남편은 옷을 사러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색상, 디자인에는 꼼꼼한 편이고, 실제 옷의 색상과 디자인은 직접 눈으로 보고 입어 보고해야

하지 설명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지난해 가을 집수리를 하고 난 뒤 엉덩이, 허벅지 부분이 넉넉한 디자인의 바지를 몇 개 남기고 버렸다.

직접 입어 보고 골라야 맘에 드는 것을 산다고  대리점으로 가자고 가자고 해서  해 거름해서  갔다.

바지 2개, 티샤스2개, 남방 1개를 사 왔다.

와서 저녁 식사 전에 입어 보라고  이것과 이것을 하는 말로 재촉을 하고,

그날은 내 말이 통 했다.

 

올 겨울은 남편이 추위를 많이 탔다.

환갑 나이가 지나 고부터 내복 바지만 입었고, 내복 한 벌을 다 입은 것은 3년 정도 되었고,

그것도 요즘 나오는 발열내의란  얇은 것을 입었다.

어느 날은 춥다고 해서 몇년 전 눈이 많이 왔을 때 보온내의란 것 중에서도 팔꿈치, 무릎에 덧댄,

도톰한 것을 사 둔것을 찾아내어 주었더니 따뜻하고 착용감이 좋다고 했다.

요즘 나오는 내의는 대부분 팔목, 발목의 시보리라는 것이 없이 폭을 조절해서 바느질이 되어 있어,

발을 씻을 때, 손을 씻을 때 걷어 올려서 쑥 올라가지 않는 단점이 있는데,

보온메리를 내어 놓으니 따뜻하고 시보리처리가 되어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내복 전문 대리점으로 가서 찾았더니 더 비싼데 있기는 하다면서, 예전보다 좀 얇아진 2 중직에

시보리 처리가 된 면 내복을 두벌이나 샀다.

발열내의보다 면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남편 장갑이 허술하다 싶어서 방한용으로 된 것을 샀는데, 더 따뜻하게 보이고 디자인도 좋은 것을

보게 되어서 한 켤레 더 샀다.

 

 

 

이제 한 겨울은 곧 갈 것이고, 기모가 아주 얇게 된 바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어제 샀다.

대부분 남자들의 바지 색상은 검거나 희색이거나 밤색의 농담으로 된 것인데,

올 겨울 들어서면서 산 바지들은 색상이 좀 고은 것으로  샀다.

어제는 봄이 되기까지 입을 경량 패딩이 있어도 색상이 밝은 경량패딩을 샀다.

모자도 없어서가 아니고 봄이니까 싶어서 하나 샀다.

있는데 뭐하러 샀나? 라 하지만 야산으로 걷기 운동을 나가도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라

좋았을 것이다.

아무리 잘하는 자식이라도 살펴 살펴서 아버지께 해 드리기는 쉽지 않고,

아내는 같이 살면서 굳이 살피지 않아도 눈에 뜨이고, 맘에 뜨이니까 입성이고, 먹거리이고, 챙기게 되는 것이다.

시장 봐 온 것이 정말로 무겁거나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도와 달라 하지 엔간하면 내가 올린다.

남편도 몇 년 전부터 무릎이 아프다 해서.

부부란 자식들에게 아버지 편인 엄마이고, 엄마 편인 아버지이고 그 정도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노년의 부부가 24시간 같이 지내는데, 스스로 잘 놀면서 서로에게 간섭을 하지 않으면 또 웃으면서

밥상에 앉고 소소한 이야기들도 하면 최상이다.

 

 

 

지인의 이야기

TV, 산지가 10년도 훨씬 넘었고, 화질도 떨어지고,

어느 날 화면과 소리가 끊어졌다 나오다 해서 마트에서 새 제품들을 보고 왔다 했다.

새로 사면 10년 이상 사용할 것인데 새로 하나 들여야겠다 싶고, 세탁기도 오래되어서

세탁을 하다 정지할 때도 있고 해서 알아보았다고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들에게 이야기했다고.

아들 말이 TV가 나오지 않으면 유선방송에 AS를 일단 받아 보아야지요라 해서

유선방송에서 기사가 나와서 다시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아들 보고 사 달라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대로 살 수가 없었다 했다.

가전제품은 새로 사면 10년이상을 쓰는데 내 남은 평생을 쓸 것인데란 말을 못했다 했다.

 

쌀을 20Kg 사면 배달을 해 주는데  한 포대기의 가격이 77,500원 하는 것을 샀다고 했다.

몇 년 전 남편이 쌀을 사러 가서 당신 밥도 얼마 먹지도 않는데 제일 좋은 쌀을 사자고 해서 그때부터 좋은 쌀을 산다고 했다.

남편에게는 내가 무엇을 사고 싶고 또 필요하다고 말만 하면 되었다고, 12월에 1주기 제사를 지낸 가신 남편 이야기를 했다.

자식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님 댁에 왔을 때 아쉬운 것이 보이면 말없이 사서 보내는 자식도 있다.

살다 보면 까다롭다 싶은 남편이 자식과 놓고 보면 제일로 내편인 사람이다.

 

한창 인기가 높은 여자 개그맨이 산이 가까운 곳으로 자기 스스로 혼자 지내보는 것을 보았다.

돈을 내고 내가 준비해 가는 것도 있고, 그곳의 부엌, 밖에 설치된 가마솥을 두루 쓰면서

내가 쓸 장작도 내가 쪼개어서 쓰는 이 추운 겨울날에 참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말하자면 돈을 주고 체험 고생을 해 보는 것이다.

그중에 이 엄동설한에 밖에서 고생 고생해서 식사 준비해서 혼자 먹고는 시골 방안에 군불로 덮인 온돌에

작은 이불이 깔려 있고, 그 이불속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고 잠을 자는 것을 보았다.

그래 내 지나온 시간들에도 저런 환경을 지나왔다 싶었다.

작은 이불을 같이 덮고 자는 사람이 보통 4~5명이 되었으니 발과 허리까지만 이불이 덮여지고,

뜨끈 뜨근한 온돌에 초가지붕의 집은 위풍이 없었고, 새벽녘이면 온돌이 식어 추으면,

군불을 때고  그 군불 때는 머릿방이나 사랑밥의 솥에서 따뜻한 세숫물이 덮혀지고

부엌에서 아침 지으면서 쓸 물이 덮혀지고, 그런 날이 있었재하는 맘이 생겼다.

그 어린 시절에는 우리 편은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온 가족이었다.

 

 

 

실내에 들였던 흰색명자꽃이 피었습니다.

아름다운 모든 단어의 의미를 다 모아 놓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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