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금이란 말은 긍정적일 때도 있고, 부정적일 때도 있다.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도매값으로 샀다면 헐하게 산 것이니 긍정적인 것이고,
파는 입장에서는 팔고 남은 것을 그냥 다 사겠다고 헐하게 팔았을 때 도매값이 된다해도 거래에 따른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으니 부정적인 것이다.
아직이야 노년이라고 우기지만, 그래도 나이만큼 건강해야 노년이지 건강하지 못하면 노인이 되는 것이다.
시어머님께서는 올 해 아흔한살이신데도 연세만큼 건강하시다.
지인들도 자연 노년이고, 건강하지 못해서 노인이 되기도 하니 나도 도매금으로 노년이 되었다가 노인이 아니어도
노인이 되기도 한다.
지인들 중에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져서 어떠어떠 해 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인데도 딱 내일 같아서 놀라기도 하고 맘 아프기도 하고 밤에 잠을 설친다.
어제가 그런 날이였고, 밤에 자다가 헛소리를 하니 남편이 깨웠다.
부부가 둘이서만 살다가 어느 날 혼자 살게 되면, 보고 싶고 그리워가 아니라도 갑작스럽게 한 사람이
사라지고 혼자가 된 현실이 적응이 되지 않게 되지 싶다.
사촌 언니가 남편이 가시고 큰아들과 한집에 산다해도 가끔 식사를 같이 하고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더 많고,
걱정이 되어서 매일 전화를 해 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날씨가 따뜻해서 산책이라도 다녀 온 날은 가슴이 답답하지 않은데,
몇몇일을 집에 혼자 지내고 나면 너무도 답답하다고 했다.
예전 어린 시절에는 가을이면 감을 깎아서 싸리 꼬쟁이에 꿰어서 곶감을 말렸다.
생감의 겉은 마르고 속은 당화가 되어서 말랑말랑 하다가는 속이 찐득하게 되고 겉은 하얀 가루가 피어나고
그런 곶감을 어른들 모르게 빼 먹으면 그 곶감 하나 먹은 것으로 잘 때까지도 그 맛이 생각에 감돌아
기분이 좋아서 잠을 잤다.
혼자서 살아가는 노인이라고 하면 너무 서글프니 노인도 노년도 다 노년이라 하고,
매일은 아니더라고 어린시절 곶감 하나 먹은 듯한 그런 날이 몇몇일에 하루라도 있어서 절망하지 않을 수 있기를
두손 모아 바래 진다.
참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