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명절을 앞 두고,

이쁜준서 2020. 1. 21. 06:56




오전에 친구와 목욕탕에 다녀 왔는데, 겨울 날씨 치고 따뜻하기는 해도 추워서 나가기 싫었는데, 월요장에

가 보자는 전화가 왔다.

설명절 전에 마지막 월요시장이라 사람들이 붐볐다.

거의 준비해 두었고, 무, 나물류등은 너무 일찍다 싶었고, 재래시장도, 마트도 있어서 도라지만 1Kg사고는

근처의 마트로 갔다.


마트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2층, 3층까지도 돌아 보는데,

고급 속옷을 파는 곳에서 질 좋은 면으로 만든 잠옷 바지를 할인해서 팔고 있었다.

친구가 아주 맘에 들어서 사고 싶어 하는데, 혼자서는 사지 않을 것이라,

그래 우리 스스로 나에게 설명절 선물로 사 입자 하면서 샀다.

할인을 했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으나, 잠옷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것은 흔하고 흔하게 파는 것인데,

굳이 그 정도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었던 거다.



예전 할머님들의 이바구로,

누가 넥타이 하나를 선물 받았는데, 와이셔츠가 입을만한 것이 없어 샀더니 새 와이셔츠를 입으니 양복이 너무도 허름해서

양복 한벌를 샀더니 새 양복에는 헌 구두가 도드라지게 보여서 새 구두에 양말까지의  일습을 사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가 결혼 날을 받아 놓았을 때, 잘 사는 남들처지 부러워 말고, 처지에 맞게 살아라는 뜻으로 말씀 하셨던 교훈이었다.

정말로 우리 세대는 그렇게 살아 왔다.

우리들 먹는 것, 입는 것은 아꼈고, 자식들에게는 아끼는 것 없이 어쩌면 우리 세대가 노후를 위해서 비축해 두어야

하는 것까지 내 주고 살아 왔다.


이제 그렇게 사는 것에서 조금씩 탈피를 해야 한다고 본다.

자식들은 쳐다보면 볼수록 멀어지는 것 같은 것은, 내가 체력이 점점 고갈 되는 것과 비례해서 맘도

약해 지는 것이지 싶다.

이제 그들은 자기들만의 굳건한 가정을 이루었고, 그 굳건하다는 것은 직장에서 중견으로 더 바빠졌고,

즈그 자식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또 앞으로 대학공부도 시켜야 하는 책임이 아주 커졌다는

것이다.

나 자신이 더 나이가 들어서 현실을 직시하고 외롭다는 생각 없이 살아가려고 맘의 미련 조각이

될 것들을 비우고 비우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다.


마트를 한바퀴 두르면서 별로 살것이 없는 날  베이킹소다, 락스, 남편의 속옷, 채소 몇가지를 샀는데,

핸드카트는 무거웠다.

오다가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강정 두 봉지는 핸드카트에 넣지 못하고 들고 왔다.

살아가는 것은 중요한 것과 뒤로 미루어도 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짜여서 있다.

그러면서 없어도 무방한데 있으면 더 기분이 좋아 지는 것으로 섞여져 있다.

명절을 앞 두고 버릴 수도 없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이를 생각하게 한다.


부모님은 가셨고, 시어머님은 계시고, 친정 작은어머니, 친정 이모님이 계신다.

우리 세대는 아직도 자식들과 부모님들 사이에 낀세대이고, 차사, 기제사를 모시는 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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