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노석에 3자리에 먼저 앉은 사람 두명이 일행이었고, 내가 남은 한자리에 앉았다.
그 두분의 이야기,
갑 할머니, 을 할머니라 칭하고,
우리 올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전혀 밥을 하지 않고, 오빠더러 사 먹으라 한다 했다.
가스 불도 사용하지 않고, 금, 토, 일요일을 지낸다 했다.(갑)
이야기를 듣던 사람이 나도 공사한다고 몇일 사 먹었는데, 한끼니 말이지 몇일 걸리니,
정말 사 먹을 것이 없던데라 했다.
우리 손주가 할머니 집밥 주세요라 하더라고.(을)
우리 오빠는 무 넣고 고등어 한 냄비만 지져 놓아도 맛나다고 사흘은 자실 사람인데라 아쉬워 했다.(갑)
듣는 사람이 올캐 나이가 몇인데 했더니, 여든이라 했다.
듣던 사람도 할말을 잃고, 더 묻지 않고, 말 하던 사람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70대 후반으로 보였다.
건강한 79살까지는 나는 노년으로 본다.
살림도 남의 도움 받지 않고, 할 수 있고, 내 주관으로 뭐든 할 수 있다고 볼 때,
80살은 알게 모르게 건강은 나빠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체력이 모자라니 노인이라 본다.
70대 후반의 시누이가 80대의 친정올캐가 자기 오빠 밥을 일주일에 주말 3일은 해 주지 않는다고
섭섭했는지 모르지만 체력이 돌아 가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깨를 들고 기름 짜는 방앗간에 가면 미숫가루도 하고 고추가루도 갈아 주고한다.
80대의 할머니들께서 미숫가루를 많이 하시면서, 내가 영감에게 아침밥을 못 해주니
아침에는 우유에 미숫가루 타 먹고, (노인 종합) 복지관에 가면 뜨신 점심 밥 사 드시고,( 한 끼니 1,500원~ 2,000원)
저녁 한끼만 해 드린다고, ( 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여러가지 강의를 한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매일 매일 식권을 사면 점심밥을 먹을 수 있다)
하루 세끼니 밥을 할 힘이 없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그 할머니는 사흘동안 아무것도 자시지 않는가?
그것까지 듣지 못했지만, 빵, 떡, 우유, 과일등을 준비 해 두고 자셔도 되고,
세끼니 챙기지 않아도 되니 부담 없이 자식들 집이라도 갈 수 있고, 친구들과 놀러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서 있을 때 약차를 물 대신 마시는 것이 있는데, 거실 탁자에 챙겨 주고,
그 약차도 두 가지인데 끓여서 준비를 한다.
병에 담을 때 냄비가 무게가 있으니 남편을 여기 와 보세요라 부른다.
깔대기에 손잡이 있는 고운 망을 얹어 놓고, 나는 잡고 남편은 따른다.
작년만 해도 한 손으로는 병을 잡고, 한 손으로는 스덴리이스 컵으로 따르고 했는데,
올 해는 꾀를 부릴만큼 체력이 저하 되었다.
지금도 엔간하면 부탁을 하지 않고, 혼자 하지만,
어느 날 많이 힘이 드는 날은 빨래도, 옥상에 널고, 걷어다 달라고 한다.
갑 할머니의 친정올캐 할머니께서 얼마나 체력이 모자라면 아예 일주일에 3일은 가스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까?
아직도 70대 후반이니 친정올캐의 딱한 것을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그 오빠 되는, 남편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
70대 후반으로 들어서면 노년의 부부가 상부상조를 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50대에 아이들 집에 가면서 반찬을 해 두고 가면 전기밥솥에 밥도 지었고,
세탁기도 돌릴줄 알았고, 작년 수술을 하고 퇴원 한 날 폰을 보고 뭔 찌개를 했는데,
내가 먹을 수가 없어서 그렇지 본인은 잘 자셨고,
아직 못하는 것은 장 보아 오기이다.
체력이 아주 좋지 않은 날은 사브작 사브작 실내에서 일을 하고 나면,
옥상 올라가는 것이 부담이 되는 날은 세탁기 돌린 빨래도 옥상 빨랫줄에 널어 주기도 하고
걷어 오기도 하고,
옥상정원의 물도 부탁하면 잘 준다.
제법 상부상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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