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체력따라 살기

이쁜준서 2019. 7. 29. 03:10


노년의 부부만 산다는 것은, 적당히 적당히 하면서 살아진다.

적당히, 적당히란 말과 살아진다란 말은 수동적이면서 능동적인 것이 아니고,

제 자신이 하면서도 어딘가에 누가 느리게 조정한 듯 그런 것이다.


만두피 미는 그런 둥근 막대가 아니고 그래도 홍두깨란 말이 붙으면 둥r근막대의 길이가 제법 굵고 길다.

10년도 더 전의 어느 해 였다.

여름 어느 날,

마트에서 포장 된 반죽한 것으로 기계로 뽑은 칼국수를 한 봉지를 사 왔다.

냉장고에 넣어 놓고, 처음에는 내일 쯤 끓여 먹자란 생각이었고, 다른 음식을 해 먹으면서 밀리고,

잊고  2주정도 지나서 생각나서 찾았더니 곰팡이 하나 피지 않고, 사 올 때 그 상태 그대로 였다.

방부제를 얼마나 많이 넣으면 이렇게 될까? 깜짝 놀랐다.

그래서 홍두깨를 살려고 시장 자체가 만물상인 기차역 주변의 번개시장으로 갔다.

1m가 약간 넘는 홍두깨를 사 왔다.

그 홍두깨로 밀가루에 콩가루를 넣고, 반죽을 해서는  밀어서 칼국수도 여름이면 자주 했다.

보통 밀가루는 1인분이 1컵이라 하는데, 2컵으로는 모자라고 밀가루 3컵 반죽해서 여름날 감자 넣고,

애동호박 넣고, 칼국수를 끓여 놓으면 구수하게 맛나다.

아기 준서가 칼국수를 끓여주면 잘 먹었다.


이 때는 온면인 것이고,

온면일 때는 멸치 육수 뽑아서 했다.

남편이 뜨거운 음식을 싫어해서 얇게, 면발 가늘게 썰어서 '건진국수' (삶아서 살짝 씻은 국수)

호박 채 썰어 볶고, 오이채 썰은 것으로 고명을 하고, 국수 삶앗던 국물로 국수 국물을 하면,

반죽 할 때 콩가루를 넣고 했기에 멸치 육수가 아니고 맹물을 끓여서 국수를 삶아 낸 물이라도

그 국물이 구수하다.

여름 날이면 그렇게  몇번을 했는데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열무김치가 맛난 것이 있다면 그 건진면 국수 먹을 때 같이 먹으면 좋았다.


내가 왜 이렇게 게을러졌나?

싶었더니 현상은 게을러 졌는 것인데, 체력이 모자라서 온 자연 노화 같은 변화였다.

아이들이 대학생 때까지도 그 후 아기 준서데리고 있을 때도,

햇감자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도 하고, 감자 얇게 썰어서 감자전도 하고, 고구마로 고구마 전도 하고,

가지전도 맛나고, 양파도 동글납작하게 그 둥근 형태 유지되게 해서 전을 하고,

그러니 돼지고기 갈아 온 것에 양념을 하고, 깻잎전, 풋고추전을 했고,

정구지(부추) 에 물오징어 넣고, 전을 하고, 가끔씩 동태전도 하고,

그랬던 것은 이젠 지나간 일이였다.






인도문주란




아직 옥상정원의 일은 여전하다.

일이라고 보면 일이다.

그러나 일이 아니고, 즐기는 시간들이다.

예전 우리 할머니들께서는  일이 순조롭게 잘 되면 부르고 대답하듯 하다 하셨다.

삽목이 쉽지 않은 클레마티스 작년 덩굴이 꺾여서 삽목 시도를 해 보았고, 정성들여서 보살폈더니

강아지풀 같았던 그 줄기에서 뿌리가 나고, 새로운 개체가 되었다.


화분의 식물이 커서 화분도 크고, 분갈이를 몇년 해 주지 않다가 분갈이를 해 주면, 꽃이 피어도,

꽃송이가 크고, 잎이고 꽃이고 반짝반짝인다.

반짝인다는 것은 생명의 기가 왕성한 상태일 때의 표현이다.


식물들은 내가 해 주면 대답하듯 한 것이다.

서로가 같은 맘으로 통한다는 것은 참 행복해 지는 것이다.

한 쪽은 식물이고, 한 쪽은 사람인데도 서로가 같은 맘으로 통하는 것이다.


무엇을 도모 한다는 것도 행복해 지는 것이다.

내년의 옥상정원에서는 이러이러한 꽃을 피워야 겠다 하고, 계획하는 일도 즐겁다.

초화화를 직사각형 화분에 꽃을 피울려니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의 화분들은 깊이가 얕았다.

집으로 가면 친구와 화분을 사러 꽃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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