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6월의 꽃

남편의 작은 간섭

이쁜준서 2017. 6. 28. 08:04

 

 

 

 

 

 

 

꽃 피는 새로운 식물을 욕심 내는 것은 한정이 없다.

옥상이다보니 무게를 생각해야 하고,그래서 그 무게는 흙을 더 이상 올리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퇴출한 커다란 나무꽃이 피는 식물들 중에서 퇴출을 하기도 하고, 10년 이상씩 피웠던 다년생 초화들도 퇴출을 한다.

다육이는 월동시 따뜻한 실내로 들여야 하니 작년 겨울에는 7~8년씩 키운 다육이들 중에서 10개 정도만 들이고, 옥상에 그냥 두는 것으로

퇴출을 했다.

이제 나이가 노년으로 접어 들었다 보니, 그동안은 남편이

'또 샀나?'

하면서도 분에 이식을 해 주고, 분갈이도 나는 도우미이고, 남편이 다 해 주었다.

힘에 버거운 화분을 분갈이 하자 하면 ' 되었다' 하면 남편이 출타 중일 때 억지로 화분을 굴려서  뽑아 내고, 뿌리 다이어트 시켜서

 제자리에 가져다 두고 흙 퍼다 넣고, 나무 위에 얹고, 다시 흙 퍼다 넣는 방법으로 분갈이를 하기도 했다.

남편이 작년부터 관심이 줄어 든다 싶더니, 올 해는 관심이 멀어졌다.

올 해 큰 화분 분갈이는 하지 않았지만, 100여개의 화분의 분갈이를 혼자서 몇날 몇칠이 걸려서 다 했다.

 

남편은 또 샀느냐?고 이제 그만 사라고 하면서도 다 분갈이를 해 주고 그 자람을 관심 있게 보아 주던 사람이다.

그도 꽃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올 해는 새로운 식물이 들어 오면 분갈이를 내가 다 했다. 그 이후 보게 되면 ' 뭐 하러?'

뭐 하러 샀겠는가? 아름다움에 끌려 사고 싶어서 샀겠지.

 

자주색 으아리, 부바르디아, 알스메리아, 잉글러쉬라벤더, 마리노라벤더, 다육이 희성,독일은방울꽃 등등을 5월~6월에 들였다.

햇살이 강하니, 반 그늘에 화분을 두어서 살음을 시켜야 해서 나름 포육실이라 부르는 양쪽 받침대  위에 나무들이 있어서

그 중간 공간이 반 그늘이 되는 곳이 있다.

그래서 바로 앞에 가서 찾아 보아야  보이는 자리에 있다.

바람도 통하고, 하루 두번의 햇살도 드는 그런 공간에 새로 사온 화분들을 분갈이 해서  살음하라고 놓아 두었고,

그 속에서 이미 꽃이 피고 진 것이 2개나 된다.

남편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꽃들이다.

 

어제 올라 갔다 오더니

'왠꽃인데?'

'사왔어요.'

나는 못 보았는데라  참 이상한 일이다 내가 왜 꽃을 못 보았느냐?

분갈이를 해서 포육실이라 부르는 곳에 넣어 두었으니  그동안 몇번 올라 갔어도 못 보았던 것이다.

 

자꾸 사지 말라 하니,

나는 꽃을 보여 주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더니 달다,쓰다 말이 없다.

실은 나 자신도 자정을 해야 할 일이고, 많이 자정하고도 있다.

남편 입장에서는,자정한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내 나이가 몇개인데 자정한다고 딸깍 끝나기야 하겠는가?

딸깍 하고 끊어 지는 것은,내 몸 체력이 않되어야 하는 것일 뿐이다.

 

 

                                           포육실 위                                                                               포육실 아랫쪽

 

포육실 앞 쪽이나 위에서 보면 아랫쪽이 보이지 않는다.

아랫쪽는 적당한 반그늘이 된다.

식물을 이식해서 뜨거운 햇살아래에 두면 살음이 어렵기나 고생을 한다.

그렇다고 영 그늘에서는 힘을 얻지 못하고 살음이 역시나 어렵다.

이 포육실은 바람이 소통하고, 음지로 되었다 하루 두번 햇살이 드는

참 적당한 곳이다.

 

5월 이후에 들어 온 새 식물들은 다 이곳을 거쳤다.

포육실 앞 쪽에 키 낮은 식물은  검색을 거쳐서 산 귀한 독일은방울 꽃이다.

프랑스의 블로그 벗님이신 은비님께서 그곳에서는 5월1일이었나?

폿트에 은방울꽃이 심긴 것을  아주 친한 친구네에 선물을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하면서 사진을 올리셨다.

 

한국은방울꽃은 키가 큰 잎 아래서, 잎 사이에서 핀다.

프랑스에서의 은방울꽃은 꽃대도 실하고, 꽃대가 숨어 있지 않았다.

그 포스팅을 보고나서 검색을 하고 그렇게 그렇게 구한 독일은방울꽃인데,

원체 은방울꽃은 반그늘이 적당한 것이라  포육실에 아직도 있다.

9월이 되면 해가 멀어지고 일조시간이 짧아서 밖으로 내어 놓아야 한다.

 

 

 

 

 

하루 전날 사 와서 저녁 때 분갈이를 해서

포육실에서는 비를 맞기에 몇개월 놓아 두어도 해도, 바람도 들고,

비 오는 날은 가려 주면 되는 자리에 두었던 것을,

 

내가 부탁하면 들어 줄것인가?

뭐를?

들어 준다면요.

여시 같은 아내 말에 이렇게 지지대를 만들어 주었고,

 

 

 

 

그 보답?으로 여시 같은 아내는

명자꽃이 지고 간혹 달린 열매중에서 이렇게 표주박형은

처음인데,

옆에 옆에 나무들이 붙어 있어서 못 보았던 것을

가르쳐 주었고,

 

맛난 점심상 차렸답니다.

 

 

세상의 남편들은 모른다.

작은 간섭을 하고 싶어도 하지 않아야 한다.

준서외할아버지도 꽃을 아주 좋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이쁜꽃들을  포육실에서 꽃이 피고 지고 해 버렸으니 옥상에 두어번쯤 올라 갔어도 못 보았고,

알려주면 올 해 들어서 가끔 가끔 사다 날랐으니 또 샀느냐?에서 더 강한 뭐하러 샀느냐?  딱 그렇게  새 식물을 보면 한 마디만 해도,

꽃이 피고 지고 해도 말 한마디 해 주지 않았다.

늙었다는 것은 현실인데, 죽도록 나 자신을 늙었다 하기 싫은 노년의 아내들도 그 옛날 여시 심성은 아직도 가지고 있거든.

늑대보다는 여시가 낫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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