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나는 각시 너는 신랑이 되어서

이쁜준서 2017. 4. 8. 15:31





남편이 욕실의 샤워기를 통째로 빼내고 새 제품을 사서 달았다.

외출 했다 돌아 오면서 사 온 시각이 오전 11시쯤이고, 달아 놓고 점심을 먹겠다 했다.

점심은 간단하게 있던 반찬으로 먹으려  했는데, 일 하는 것을 보니 따끈따근 새 밥을 해서 맛나게 자시게 하고 싶었다.

심부름 해 주고 싶어서 옆에 있다가 생각한 것이라 내가 없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부랴부랴 쌀을 씻어서 바로 전기압력밥솥에 앉히고 전원을 넣었다.


어제 마트에 갔더니 박스 안에 곰취 한 주먹, 명이나물 한 주먹을 넣어서 팔고 있었다.

아직 첫물 수확이고 부드러워서 살짝 데쳤다.

옥상에 올라가서 달래도 조금 캐고, 첫물 정구지도 조금 베고, 손가락 길이정도 굵은 실 정도의 미나리도 칼 끝으로 오리고,

쪽파(자청파)를 한 모슴 뽑아서 액젓갈 양념장을 만들고, 

액젓갈도 기장대변항으로 가서 담아 온 멸치젓갈이 1년 반 숙성한 것으로 집에서 내린 것이고, 깨소금은 작은 분마기에 바로 갈았고,

참기름도 새 병으로 내었고,


바뻐서 곰취, 명이나물을 한장 한장 펴서 접시에 담지 못하고 삶아서 행군것을 살짝 짜서 놓았기에, 남편이 펴서  쌈으로 먹기에

번거로우면 몇잎 젓가락으로 집어서 양념장에 찍어 먹을 것이라 곰취 위에 달래 얹고, 정구지 얹고, 미나리 얹어서,

밥 그릇 위에 놓아 주면 캔 참치를 놓고, 양념장 놓고, 그렇게 자시라고, 한번은 곰취, 한번은 명이나물로,

어려서 소꼽장난 할 때 사금파리 돌려 가면서 손질해 그릇이라 만들고, 풀 뜯어 밥도, 국도, 나물도 풀인 밥상 채리고,

나는 각시되고, 너는 신랑 되어서 놀던 그 때처럼 그렇게 점심 식사를 했다.

저녁 밥 상에는 초벌 정구지를 베어 와서 전을 했다. 재러기를 할려 했더니 남편이 전을 해 달라고 해서.


남편은 나이가 들면서 뭣을 해도 혼자서는 재미가 없어해서 옥상에서 꽃구경을 해도 꽃 사진을 찍어도 동무를 해 준다.

어떤 때는 각자 커피 잔을 들고 올라 간다.

우리도 티격태격 다투는데, 멀리서 보면 현관 앞에서  나란히 서서 이마 맞댈 정도로 같이 꽃구경도 하고,

둘이서 옥상으로 올라 가고, 참으로 다정 하게 보일 거다.

남편이 일상 적이지 않는 특별한 일을 하면 수고 했다는 인사를 한다.


이제 같이 노년을 살아가기에 서로에게 크게 바랄 것은 없다.

그저 하루 일상이 평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많도록, 웃으면서 식사하고 건강하게 살면 된다.

그렇게 살아 가면 객지에 아이들은 바쁜 가운데 가끔 집을 생각하고, 아버지, 엄니를 생각 할 때 미소 지을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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