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악수로 비라도 내렸으면 하던 날

이쁜준서 2017. 4. 1. 04:34



악수1


비라도 악수로 내려 주었으면 하는 날이였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조금만 잘 못을 더 하면 저 비가 폭풍과 동반을 하면서 준비한 노아방주도 없는데 그대로 이 세상이 물에 잠겨

버릴 것 같아 숨도 겨우 쉬는 그런 정도로 비가 내렸으면 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세상 먼지는 다 씻어 지고 다 떠내려가고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은 깨끗하게  정말 그런 악수로 내리는 비를 기다렸다.

역사적인 결정은 오늘 새벽에 판결이 났고,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할 수도 없고, 오지 않는것도 아니고, 잿빛 하늘에서는 비가 오다 말다 했다.

옥상 정원의 이스라지 꽃은 만개해서 잿빛 하늘에서 비랄 수도 비가 아니다 할 수도 없는 비가 내리는데,

옥상정원에 올라가면 꽃향기가 가득하다.


사람은 지가 살아 온 방식으로  일부러 작정하지 않아도 행동하는 것이 있게 된다.

뭔 몸살이 고열도 나지 않고, 고열이 없으니 그저 팔다리가 아프기는 해도 그 통증은 견딜만 했는데, 온 몸의 살갗이 아펐다.

금요일부터 시작된 목감기가 토요일 저녁밥까지는 그냥 두부찌개 하나 해서 차려 왔는데, 지나고 보니 냉장고에 불고기 잰것도

있고, 김장김치에 봄동 김치도 있었는데도, 몸이 너무 아파서 반찬이 아무것도 없다 싶어서 달랑 두부 찌개 하나가 반찬이었다.

남편은 나갔다 왔기에 그렇게 아픈줄을 몰랐고, 막상 저녁상에서 보니 보기에 딱할 정도로 아파 보였던 모양이었다.

설겆이를 하더니, 전기밥솥에 아침밥을 앉혀 놓더니, 그 이튿날인 토요일 아침 밥도 채려 오기도 했다.

새벽이면 언제나 일어나니 저렇게 아파도 또 밥을 할 것이다 싶으니 미리 밥을 한 것일터이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종일은 약 먹고 자다 깨다를 했는데,

월요일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도 아프지 않아서 옥상도 올라 가 보아도 아프지 않았다.

기운이사 없어도 통증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도 겁이 나서 월요일은 시어머니 눈치 보던 신혼시절처럼 주눅 들어서 지냈다.


화요일은 컴퓨터 배우는 날이라 다녀 오고, 수요일은 깻묵을 묻었던 화분을 갑바를 펴고 엎어 보니 반 정도 발효가 되어 있어

쌀뜨물 발효액을 깻묵에 뿌려서 다시 버무려서 전체 흙과 섞어서 화분에 담아 놓고, 염기 없는 음식물 찌거기를 묻은 화분을

엎어 보니 다 발효가 되어 있었다.

화분들을 부어서 다시 흙과 섞어서 담고는 그 발효 된 흙을 섞어서 매발톱 화분 9개를 분갈이 했다.

매발톱은 남은 화분들에 심었던 것이라 상대적으로 화분의 크기가 적어서 쉽게 했다.


수요일은

삽목 했던 2년차 명자나무 뿌리가 흙없이  바닥에 서로 엉켜 있을만한 것들을 9개 우선 분갈이를 했다.

화분에 식물을 심을 때 물이 잘 내려 가라고 잔돌이나 나무가지들, 이도 저도 없으면 스티로폼 조각을 넣는데, 뿌리가 그 층을 뚫고,

화분 바닥에서  갈 곳이 없어서 흙도 없이 서로가 엉켜 있었다.

오후 6시경 시작 했더니 분갈이 한 화분에 물을 줄 때는 어두워졌다.


목요일 버스 2정류장 거리의 축협에 가면 쇠고기가 손질이 잘 되어 있어 친구와 함께 가서 국거리도 사고, 한켠에 파는 봄나물

2가지를 사고 오는 길목에 식자재마트에서 들려서 풋고추 큰 것 한봉지를 사고 왔더니,반찬거리가 그득해 졌다.


금요일 친구가 몇일 뒤에 남편 생일인데  첫아기 데리고 둘째딸까지 와 있고, 생일 당일은 사위까지 올 것이라 한바퀴 돌러 가자는

전화가 왔다.

로컬푸드에서 열무, 얼갈이, 근대, 풋고추등 세일하는 채소들을 사고, 집에 오는 길 목에 있는 마트에서는 인절미를 한번 할까?

하고 찹쌀도 사고, 사과, 대저 짤짤이 토마토, 돌아 오는 길 목 재래시장의 두부집에서 센베이도 사고, 무겁도록 끌고 왔다.

보일러 호스에서 물이 내려 와서 AS를 불렀더니 보일러 몸체에 연결된 액셀 배관이 갈라져서 물이 샌다고 하면서 고쳐 주고 갔다.

오래 된 보일러여서 고가의 부속이 들어 가는 것이라면 보일러 교체를 생각 했는데, 쉽게 넘어 갔다.


아직은 몸살감기를 심하게 한 뒤 끝이라 체력이 많이 드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는데, 아직 한두달 간 분갈이 해 주면

되는 것인데도 적기란 것이 뭐라고 분갈이를 하고, 장 무겁도록 봐 와서 일거리를 만들었는지 나도 모른다.

그냥 살아 온대로 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시끄러워서 전 해 주는 뉴스도 싫어서,TV를 꺼 버리니 세상이 조용스럽다.


새벽 5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24시간 뉴스를 하는 방송을 켰다.

화면에서는 물에서 통채로 건진 세월호를 싣고 반 잠수함이 시속 18Km로 목포항으로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물살이 배 앞 부분에 일어 난다. 나도 모르게 그 배 세월호를 보는데 눈물이 왈칵 나온다.

어디에 버린지 몰라서 찾지도 못할 도덕심과 잘 못을 해 놓고도 그 어린 피지도 못한 꽃몽오리를 두고도  돈이 많이 들어서

건질 수 없다더니, 건지고 나니 잘 된 일이라 하더니,다시 건진다고 하더니 3년간 수장 되었던 세월호가 통채로 건져 올라 왔다.

시신을 찾지 못한 9가족이 해경이 제공한 배에 타고 세월호를 따라 오다가 먼저 목포항에 내려서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함이

철제 부두에 닿으니,처음에는 두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더니 이내 흐느끼고 있었다.

제발 제발 유실되지 않고, 세월호 속에서 남아 있기만 바란다.


이 모든 일이 누가 잘못했던간에 다 우리 사회가 잘 못한 것이고, 그래도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고 맑은 민심은 이러다 나라가

절단 나겠다 싶은 위기감이, 국민 모두에게 공감대가 되었다.

촛불로 불타 올랐고, 그 민심덕분에 이루어 진 것이다.

살다보면 질서가 어느 사람 개인의 힘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바른 정신으로 또 저절로 질서가 잡힐 것이다.

그냥 역사적인 일이라 이 당시 내  맘을 적어 남긴다.





2017년 4월 1일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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