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엄마표 음식

이쁜준서 2016. 9. 25. 19:31


이른 아침 걷기 운동을 나가는 날 늘 걷던 거리를 걸어 오는데, 메타스퀘어 사잇 길이  흙 길도 있는가 하면,

강 방천 강변이나 뚝길도 있는가 하면, 밤이면 휘황 찬란한 술집 거리가 되는 주로 밤 음식 장사를 하는 거리도 지나게 됩니다.

그 길에서 술과 전을 파는 가게가 아침 시간이다 보니 늘 문이 닫힌 모습으로 그 앞을 지나 옵니다.

술은 먹지 않아도 장사 시간에 가서 한 번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경상도 전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지만,

정구지(부추) 전, 배추가 맛이 든 김장무렵이나 겨울철에 부치는 배추전, 쪽파전은 밀가루를 후럽게 갠다기보다 되게 개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고, 그런 밀가루 집을 아주 얇게 무쳐서 나물 맛이 사는 그런 전을 잘 붙였다고들 합니다.

나물이 밀가루 집과 기름도 넉넉하지 않고, 아껴 가면서 그렇게 부치지요.


예전에는 동태포 전도 계란 푼 것에 하면 계란 비린내가 난다고, 밀가루 되직한 집에 붙였습니다.

그러면 계란은 열에 닿으면 굳어지는 성질이 있어 쉬운데, 밀가루 집에 부치는 동태전은 잘 붙이기 어려웠지요.

겉은 익으면서 속은 갱물기가 있고,

준서할미 세대가 우리  시어머님 세대가 해 오시던 것을 받아 안 주인장이 되면서 계란 푼 것에 부칩니다.


김밥은 김밥 전문점에서 김밥 한 줄에 1,000원 이상에서 2,000원 까지 하지만, 애초 김밥전문점이 생기면서는 1,000원씩 했었지요.

집에서 속재료 준비해서 하는 것보다 수월하고 원재료를 사서 하는 것보다 헐하고, 배는 고픈데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기 싫으면

김밥 전문점에서 김밥 1~2개 사서 먹는 것이 편해서 우후 죽순까지야 아니지만, 김밥 체인이 여러개 생겨 났지요.

그러면서 김밥의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준서할미는 준서네를 가면 김밥을 해 주고 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모두 맛나게 먹지요. 엄마표라서요.

제게도 우리 엄니표 음식이 그리운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준서할미가 그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둘째 아이 내외가 가 볼일이 있어 우리 도시로 온다고 해서 와서 밥 먹고 가거라 김밥 해 주께라 했더니,

홍길동처럼 여기 저기서 볼일 보고, 우리집까지 오기에는 바쁘고 먼데도 다녀 갔습니다.


김밥도 하고,

미역국 뜨근뜨근 한 것을 좋아 해서 기본은 쇠고기를 넣고, 국물은 북어, 다시마 무를 넣고 육수를 만들어 했었고,

생새우를 사서 손질해서 눌러서 양념을 해서  애동호박, 표고, 양송이 전을 부치고, 승훈이네 집에서 얻은 고구마 2개로

전을 부치고, 점심 식사를 해 주었습니다.


오라고 한다고 어머니 바뻐서 다음에 뵙겠습니다가 아니고, 왔다 가서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던지요.

공부하러 객지에 나가 있었으니 오면 계단을 올라 오면서 보게 되어도 늘 안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는,

사위가 가끔씩 안습니다.

10년 뒤의 내 모습을 생각 해 본 날입니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견사지 사진 1장  (0) 2016.09.28
걸스피릿  (0) 2016.09.28
도로변의 풍경  (0) 2016.09.25
다섯살 승훈이의 배꼽인사.  (0) 2016.09.24
불면에 대해서  (0) 201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