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할머니가 되어서도 시집( 詩集)을 가까이 하는 사람

이쁜준서 2015. 11. 17. 05:33

영월의 선바위

 

 

준서할미의 사촌언니는 수도권에 살고 있습니다.

준서할미보다 4살 많은 언니는 가끔식 서점에 가서 수필집도 사고, 시집도 사 온다면서,

준서네에 갔다 집으로 오는 날 서울역에서 만나 3시간여를  보내면서 점심도 먹고, 오랫만에 만나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했었지요.

언니가 몇일 전 서점에 갔을 때, 언니 시집도 사고, 저에게 준다고 헤르만 헷세 시집을  사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마도 오랫만에 만나는 사촌동생에게 선물로 시집을 사 줄려고 가서 언니것도, 사게 되었지 싶었습니다.

 

언니는 타고 나기를 순한 품성을 타고 난 사람입니다.

아마도 남들하고 언쟁을 해 본 적도 없고, 내 생일을 챙겨 달라 해 본적도 없고, 형제, 부모에게도 내 사정을  말 해 본적도 없을 겁니다.

아가씨 때는 조곤 조곤 이야기 하는 말새를 장성한 아들이 있는 엄마나 며느리를 본  시어머니들이 곱다고 칭찬을 하셨었지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언니는 수수하게 옷차림을 한 할머니인데도 품위가 있었습니다.

천성으로 타고난 고운 맘, 또 시집을 자주 읽는 것에 그 영혼이 맑아서 그리 보였을 겁니다.

 

 

 

오늘은 그 언니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사는 아파트에는 겨울에도 햇빛이 들고 바람은 잦아 드는 곳에 벤취가 있고, 할머니들이 모이는 곳이 있어서

겨울에도 산책 삼아 아주 폭한이 아니면 매일 나간다 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와도 우산을 받고 산책을 하고 그 자리로 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그냥 노래 4곡을 부르고 혼자 놀다 들어 왔다 했습니다.

 

경노당에 가지 않으시는 할머니들이 삐삐내기로 모이시는데, 

아흔이 넘으신 분도 계시고, 여든이 넘으신 분들도 계시고,

언니는 그 중에서 막내쯤이 된다고 했습니다.

누가 하루 이상 보이지 않으면 걱정들 하기에,

어디 1박의 친정나드리나 관광여행을 가더라고 몇일 못 나온다고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준서할미가 그리 말 했습니다.

이 세상에 온 것은 하늘의 운기가 돌아 돌아서 왔을 것인데, 우리 몇살까지 건강하게 살런지는 몰라도,

후생이 있다 해서 다시 태어 난다해도  전생을 모르는 그 삶은 지금의 내가 아닌 것이고,

지금부터는 나를 아끼면서 살자고 했습니다.

앞으로 건강한 날이 10년이나 20년이 된다면 10년동안 내가 행복하게 살 것이고, 20년동안이라면 앞으로 남은 그 20년동안

행복하게 살자고 했습니다.

 

좋은 시와 좋은 음악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혼을 맑게 합니다.

상대가 나쁘게 대한다고 그에 상응되는 행동을 한 것이나, 아니면 자신이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했거나,

다 내 영혼에 먹칠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봅니다.

모든 일에 참을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세상 혼탁함으로부터 지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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