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초
준서외할아버지가 야산 등산로 옆에 핀 기린초를 찍어 왔습니다.
어디 쯤에 피었을 것이라 자리까지 기억되는 이 풀꽃 있는 자리가
메마른 곳인데도 이 가뭄에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화분에 키우는 꽃들과는 다른 귀품이 있습니다.
어제는 외출을 하면서 환승해서 오가는 길 전철을 탔습니다.
오는 길이였는데,
6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남편은 앞이 보이지 않은 듯 했고,
아내 되는 분은 반팔에 긴팔 티샤스는 더워서 벗어 허리에 질껀 묶었고,
앞이 보이지 않는 남편 보살피면서 머리 손질 할 시간도 내기 어려워서 그랬는지 남자처럼 스포츠 머리라 부르는 길이
였었지요.
타면서 앉을 자리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면서 들어 왔는데, 학생이 자리 양보를 해서 남편은 앉으시고,
아내는 남편 앞에 서서 가시더니 뚝 떨어진 맞은 편 자리에 자리가 나서 가서 앉으셨지요.
머리 모양하며,
얼굴은 예전 시골에서 여름 방학이 지나고, 개학을 해서 학교에 모인 첫날 새까맣게 그을린 친구들
모습이 눈에 익지 않아서 쳐다 보면서 웃었던 때와 비슷하게 한 여름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앉아서는 긴 염주알을 입만 달짝거릴 정도로 경을 외우는 듯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그 여자분의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염주알을 돌리면서도, 남편에게 눈을 박아 놓고 계셨습니다.
집중이라면 최고의 집중이었습니다.
긴팔 티샤스를 풀어서 입으시니, 옆에 서 계시던 여자분이 입으시는 것을 도와 주셨지요.
실상 도와 주지 않아도 될 일인데도, 도와 드리고 싶어서 였을 것입니다.
티샤스를 다 입고는 남편 앞으로 와서는 남편 손을 잡고 일으키고, 출입문 앞으로 가서는
차가 서기까지 짧은 시간인데, 남편 얼굴의 머리카락을 정리 해 주면서 뭐라 뭐라 하는데, 그 여자분 얼굴이 환하게 웃고 계셨습니다.
어린아이 데리고 다니면서 사랑의 눈으로 웃으며 보아 지는 그런 모습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모습으로 아무런 동요 없이 그래도 차안에서 잠시 잠깐 앉은 시간에 염주알을 빠르게 돌리면서
경을 외우는 것도,
앞을 못 보는 남편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내릴려는 그 잠시 잠깐에도 남편의 차림을 눈으로 일별하고 손으로 챙기면서
환 하게 웃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입고 계신 옷은 부부가 허술 했는데,
여자분은 환한 표정이고 당당 했습니다.
한편은 쨘 하면서도
그 아내 되시는 분은 자기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당신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을 돌아 보게 하는 배움을 주신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