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음식

햇간장으로 달래장을,

이쁜준서 2013. 4. 7. 06:00

 

아기사과나무 꽃

장독 옆에 오래 된 나무인데, 작년 전지를 많이 해서 올 해는 멋진 꽃가지를 볼 수 없다.

멋진 꽃가지를 볼 수 없지만, 전지를 많이 해 주었던 터라

잎사귀 녹색이 아름답다.

 

장을 담아 놓고, 장이 익어 갈 무렵의 간장 색은

맛나게 익어 가는 장은, 노르스름하기도 하고, 발가스럼하기도 하다.

된장과 간장으로 가르는 장 뜨기 직전에 장독에서 그 노르스름하기도, 발가스럼하기도 한 간장을 떠와

달래를 넣고, 달래 장을 하면 묵은 간장 맛과는 또 다른 얕은 맛이 좋았다.

 

자랄 때 고향에서는 이맘 때쯤 달래를 캐 오면,

그 노르스름하기도, 발가스럼하기도 한 간장을 한 종지 떠 와서,

달래를 넣고,

통깨도 넣고, 고추가루도 넣고, 참기름도 넣고, 빡빡한 양념장을 해서 밥을 비벼 먹었다.

묵은 간장과는 다른 얕은 맛의 장맛과 달래향이 어울려서 참 맛났는데,

올 해 장 담아 놓은 것이, 그렇게 멋진 색은 아니지만, 익어 가는 장 맛이 그 때와 닮았다.

되도록이면 염분을 덜 섭취할려 하니, 달래장을 만들어 밥을 비벼 먹을 수도 없고,

달래 캐러 다니던 열살남짓한 가시내로 돌아가 고향 들을 돌아 다녀 본다.

추억은,

맛도 추억이고, 풍경도 추억이고, 사람의그리움도 추억이고, 사람의 인정도 추억이다.

 

그런데 장의 맛은 비슷한데도,

예전 고향에서 어린 시절에 담았던 간장의 색이 나오지 않는다.

그 때보다는 색이 거므스럼한 색이 된다.

예전 고향에서는 공기도 좋아서 메주도 잘 띄워졌고, 물도 샘물로 담았는데, 그 물이 좋아서 일 것이다.

물론 햇빛도 좋았다.

어쩌다 관광을 가서 산사에서 물을 먹으면 특별하게 맛나는 물이 있다.

그러면 이런 물로 장을 담고 싶다는 맘이 되고. 여름 오이냉국 해 먹고 싶어 진다.

간장 담을 좋은 물을 뜨러 가야산까지 다녔는데, 올 해로 3년째 생수를 사다 쓴다.

 

내년에는 간장을 넉넉하게 담아서 겹된장이란 것을 담아 보아야 겠다.

정월에 장을 담아서, 된장과 간장을 갈라서, 그 햇간장에 남겨 두었던 메주를 넣어 다시 장을 담아

2년정도 숙성하면 아주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아직 겹된장은 본적도 없고, 먹은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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