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 가옥 [敵産家屋]
[
연탄 난로
부산에는 준서할미가 고등학생 시절에도 적산가옥이 있었다.
마로보시 화물회사 사택처럼 아주 작은 집도 있었지만,
남부민동 언덕바지에 이층으로 되고,
1층 실내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면 1층과 마찬가지로 다다미 방이 2개 있고,
다다미 방 앞으로 쪽마루 정도의 복도처럼 생긴 마루에서 미닫이 문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고,
이층에는 발코니도 있고,
한국인 집들과는 다르게 비록 재래식 변소이지만 나무로 만든 뚜겅으로 변기를 막은 실내 변소도도 있었던 집이였다.
그 집들은 온돌이 아니고 바닥은 다다미로 깔려 있고,
일본인들이 살 때는 달라 겠지만, 한국인들이 살 때는 연탄난로를 방 안에 들이고 살았다.
아마도 한국인이 살면서 1층 안방만 구들로 고친 모양인지 1층 실내의 마루를 문처럼 들고
아래로 들어 가면 연탄 아궁이가 있었다.
그러니 겨울이면 그 난로에서 밥도 해 먹고 알미늄 양동이나 알미늄 큰 주전자를 얹어 뜨거운 물을 쉽게 쓸 수 있었고,
밤에 잘 때는 양은을 접어서 만든 통에 난로 위에 얹어 뜨겁게 데운 물을 부어 이불 속에 넣고 자면
열기가 많이 식기는 했지만, 아침에도 싸늘하게 식지는 않았다.
그 시절 실내에 연통을 꼼꼼하게 이어서 밖으로 연탄가스를 빼고, 연통을 고정 시키기 위해 철사로 메어서
벽으로 끌어다 고정 시킨 철사 줄에는 양말을 널어 놓으면 바싹하게 말라 있어 참 좋았었지.
지금 같으면 양말에서 냄새가 난다고 연탄난로를 실내로 들여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제의 적산 가옥들은 부산진 쪽에도, 범일동에도, 남부민동에도 있었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가 36년이고, 부산은 항구이다보니,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것이니
준서할미가 모르는 적산가옥 촌들이 더 있었을 것이다.
연탄 난로가 실내에 있으면 바닥이 난방이 되지 않아도
방바닥에 깔려 있는 일본식 돗자리는 솜이불처럼 두툼 한 것이라
그리 차겁지 않았고, 실내 공기는 정말로 따뜻했다.
올 겨울 강추위가 일찍 와서 그런지 방안에 있어도 춥다.
정말 연탄 난로 하나 놓고 싶다.
연탄 보일러
우리 아이들이 어린 때 한옥에 살았는데,
우리가 거처하는 방은 한옥 방 2개를 벽을 치고, 옆 벽도 치고
개보수를 한 방이라 폭이 13자, 길이 19자의 방이였고,
방이 넓어서 2구 3탄짜리 연탄보일러 였다.
그러니 연탄 6장이 타고 있는 것이였다.
보통의 아궁이에는 연탄 2장이 타는 것인데, 연탄 6장이 타고 있으니,
욕실을 보일러 실과 가깝게, 마당에 크게 만들었는데, 욕실에서 따뜻한 온수도 사용 할 수 있었다.
그 넓은 방도 창호지 한장 문 밖은 얼음냉설이라도 후끈후끈 할 수 있었다.
연탄이 덜 타고 불이 많이 남아 있을 때 연탄을 갈고, 양 쪽을 시차를 두고 연탄불을 갈면,
방바닥이 식지 않고, 계속 뜨근뜨근했고,
한옥이라서 윗풍도 적었고, 실내 공기도 따뜻했다.
준서네 세대들이 어른이 되었어도, 윗풍이란 말의 뜻을 사전에서나 찾아 볼 것이지만.
시어머님 거처하시는 방, 시동생이 거처 하는 방은 안채에 따로 있어서,
한겨울 2달은 한달에 연탄 200장으로도 모자랐다.
연탄광이 넓어서 연탄을 말려 가면서 사용 해야 하니 연탄 광에는 연탄 500여장이 있고,
200여장을 다 사용하고는 다시 연탄 200장을 채워 넣고,
그렇게 겨울을 나고, 연탄갈기, 연탄재 버리기가 일거리 였지만,
그 때의 연탄 보일러 방이 그립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오고는 석유보일러 였고,
아이들이 다 있을 때는 한 겨울 2달은 한달에 석유 2드름이 들었다.
석유보일러도 방바닥이 뜨근뜨근 해서 실내가 춥지 않았는데,
도시가스가 들어 오고,
도시가스 보일러는 추운 날 보일러 온도를 올려도 석유보일러 처럼 바닥이 뜨근한 맛은 없다.
올 해는 유난스럽게 추위가 느껴져서, 실내에서도 양말을 두켤레 신고서는
이불 속에 들어가면 벗어 버리고, 밤중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갈 일이 있어도 다시 양말을 신는다.
깔자리에는 전기요로 보조 난방까지 하게 된다.
세월은 점점 편리하게, 변하기는 하는데,
모든 것을 절약을 해야 한다.
가계에도 절약을 해야 하지만, 자원도 고갈 되고,
우선 당장에 전기가 모자란다고 걱정들이어서.
요즈음은 전기로 직접 난방을 하지 않아도 전기가 정전이 된다면,
가스보일러도 돌릴 수 없고, 공공의 장소에는 온풍기도 돌아 가지 않을 것이고,
한 겨울에 전기가 정전 된다면, 정말로 큰일이다.
전기는 여름 냉방기로, 겨울 온풍기로 사용하는 큰 건물들이 우후 죽순처럼 생겨 났으니,
모자랄 수 밖에 없는데,
큰 건물을 지을 때 전기를 얼마나 사용할 건지도 건축허가의 항목인지? 궁금스럽다.
전기 온풍기를 사용하는 사무실등에 실내 온도를 내복을 입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만큼 내려라 하지만,
사무실에서 그렇게 지낼 수 없을 것이다.
석탄이 얼마나 매장 되어 있는지 몰라도,
작은 사무실에서는 연탄난로 하나 놓은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다.
뜨근뜨근한 방바닥이 그립고, 훈훈한 연탄 난로의 훈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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