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서할미를
언니라 부르는 친정 여동생도 있고,
시누이도 있고,
모임을 같이 하는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들도 있고,
준서할미를
형님이라 부르는
친동서도, 친척동서도 있고,
친정 동생댁도 있고,
나이 차가 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부산 쪽은 친 언니가 아니라도 언니라 부르는 사람이 많고,
대구, 경북쪽은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상큼한 맛은 언니라 부를 때 입니다.
오늘은 큰 시누가 이사를 갔는데도 오랫만에 가게 되었습니다.
올 해는 전국적으로 콩농사가 잘 되지 않아서 메주 쑤는 일을 접었다 했더니,
시골 5일장에 가서 메주콩도 사고, 들깨도 사다 두었다 해서 겸사 겸사 가게 되었습니다.
출발 하기 전 전화가 왔습니다.
" 언니야! 점심 먹지 말고 오너라. 내가 봄에 산나물 뜯어 놓았던 것 해서 밥 먹자" 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걸어서는 한참을 가야 하는 곳이라서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왔지요.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기도 하지만,
농사 짓고 오랫동안 살았던 집을 팔고 넓직한 새 아파트로 이사한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시누이였지만, 준서할미와 3살 차이가 나는 사람이라 띠동갑인 작은 시누이보다 정이 더 가는 시누이 입니다.
둘이서 훈훈한 방에서 한참을 놀다 점심을 먹는데,
아침 일찍 수협에 가서 회를 떠 왔다면서 회도 있고,
쇠고기 국도 끓이고,
산나물 3가지에, 시금치 나물에 점심상이 푸짐 했습니다.
준서할미가 술을 먹지 않은 사람이라, 매실효소에 소주를 조금 넣었다면서 소주도 준비하고,
일부러 콜라도 준비해 두었고,
준서할미가 감을 좋아하니 감홍시도 담아 놓았고,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을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언니라 부르고 산 세월이 있어,
즈그 집에 친정 언니가 온다는 것이 그리 좋고 반가워서
점심 밥을 준비하고,
깻잎, 콩잎 삭힌 것을 준서할미 손질 덜 하라고 삶아 우려 놓았다 주고,
콩 사다 둔 것도 돌, 혹여 못난이 콩도 가리는 등, 싹 손질을 해 두고,
5일장을 보는 사람이고, 지금이야 농사철이 지났지만, 농사도 짓는,
늘 바쁜 사람인데,
올 해는 서리태콩이 잘 않되었다면서
옳게 영글지 않은 콩도, 영근 콩도 섞인 패트병에 담아 놓았던 것도 2병이나 넣어 주고,
우리 집까지 올려면 끝에서 끝까지 와야 하는데, 집 앞까지 물건이 있다보니 태워다 주고
이사를 새로 간 집이라
휴지를 사 갖고 갔더니, 언니도 이젠 할매가 다 되었다.
왜 들고 다니노?
언니야!
내가 5일장으로 나설 때는 아이들 책가방 드는 3년만 하고 그만 둔다고 나갔는데,
벌써 13년이 되었다.
그 13년동안 손님하고도, 장꾼들 하고도 한번도 입실란도 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집에서 농사 지은 포도 가져 갔다가, 여러 사람이 있어 포도 팔다가
저만치 돈도 주지 않고, 포도 한상자 들고 가는 사람이 저 만치 가도, 가서 잡고 돈 달라 하면
주었다 한다면 남보기 남사스럽게 입실란을 해야 하고,
장꾼 중에서 화장실이라도 갔다 오다보면 내 돈통에서 돈 내어 가는 것을 보아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모른 척을 했다.
내가 덜 벌은 것으로 하자 싶어 참았다.
그렇게 사니 도꾸이가 늘어 났고, 장꾼들과도 잘 지낸다고 했다.
장에는 아침 7시에 도착해서 각자 자리에 장사를 채려 놓고서는 모두들 아침 식전에 왔기에
장이 서기 전 소주 한잔을 하는데, 같이 어우릴려면 술 한잔을 해야해서
내 술도 제법 먹는다 했고,
성격이 괄괄하고 몸도 우람한 사람인데 어찌 어찌 참았는지? 대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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