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에 계시는 친정 숙모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어제 안양 어느 절에 모신 할아버지, 할머니 기제사에 참석 하고 오셨다 하시면서, 고향에 살고 계시는 고모님과 숙모님이
참석하셨다는 말씀이셨다.
아버지 형제분이 6남매 5형제 중에서 한분 남은 고모님 연세는 올해 여든일곱이시라 한다.
6남매 형제 중 동생 두분을 앞 세우시고, 아버지 형제분 중 한 분 남으신 고모님이시다.
할아버님께서 학자라 불리우시던 분이시라 하나 딸에게도 글을 조금 가르치셔서, 붓글씨를 써 놓으면 그 서체에 깜짝 놀라게 되시는 분이시다.
관혼상제에 두루 능하셔서, 잔치라도 있으면 큰상차리는 것에도, 큰 상에 올리는 오징어나 문어를, 곶감을 오리는 것에도 능하셔서,
모든 일에는 「밸라이고모 」의 감수(하하)가 있어야 하는데, 아시는 것이 많아 잔소리도 많으셔서 얻으신 별칭인 거다.
예전에 초상이 나면 3년상을 하게 되고, 그 때에 올리는 제문도 멋지게 지으셔서, 그 제문을 읽을 때면 그 애절함에 듣는 사람들이 울었다.
그 때의 제문은 붓글씨로 썼는데, 한문과 언문이 섞인 그런 제문이었다.
이재에도 밝으셔서 삼립리 밖의 울산이 공단이 되면서 인구가 늘어나니, 각종 채소들을 갖고 가 파셔서, 울산 시내에 집을 사서는
아들들의 공부를 시키기도 하셨다.
이제는 몇년전 고모부님도 돌아 가시고, 헌 집을 헐고 새집을 지어서 아들 내외가 들어와 함께 사시고 계신다.
원래는 집성촌이었는데, 그 동네까지 아파트가 들어 왔고, 우리 본가처럼 친정쪽 남자들은 다 도시로 나가고,
친정 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신 집에 시집간 딸내들이 가족들 데리고 이사를 와 친정 전답을 부치고 살았고, 세월가면서
그 전답들을 사게 되고, 이제는 집성촌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준서할미가 초등학교 시절에만 해도 동네 들머리가 아니고, 동네가 끝나고 농경지로 올라가는 길목에 타성받이 한 집이 살아었다.
예전 그댁 어른들이 종처럼 마을의 궂은 일을 했었던 집이였다고.
이젠 경로당에 가시면 그저 도시의 경노당 같은지도 모른다.
안양 어디의 절에 할아버님, 할머님 제사를 모시는 절이 있다.
부산에 사셨던 큰아버님이 돌아가시니 큰어머님이 안양 아들네로 오셨고, 안양 어느 절에 모시게 된 것이다.
올 해 여든일곱이시라는 노인께서 아주 오랫만에 기차로 수원역에 내리시고, 같이 간 한 마을 올캐집 조카가 마중을 갔고,
제사에 참석하시고, 큰 올캐가 기거하시는 조카집에 하루 묵으시고,
작은올캐집에 오늘 오시는 모양이다.
오빠도, 남동생도 저 세상으로 가셨는데도, 여든일곱이 되셔도 친정은 친정인 모양이시다.
한 마을에 사시는 작은올캐 (고향의 숙모님 )와 함께 오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일 내려가도 되는데, 친정가서 뭐 그래 금새 왔느냐?고들 하니
몇일 있다 가야 한다 하셨다 한다.
준서할미에게는 여든일곱의 노인분이 친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또 친정이라고 하도 붙잡아서 몇일 있었다고 자랑도 하시고
싶어 하시는 그 맘이..... 아~하 그럴 수도 있구나로 잠시 놀랐다.
「 밸라이 고모 」도 그 인생에 세월이 지나가서 남의 눈치도 보시게 되었구나 싶다.
서울 숙모님 말씀이 이번이 막중걸음이지 싶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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