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 김치를 담으면 맛이 않난다...."

이쁜준서 2009. 9. 16. 15:52

분당에 살고  있는 외사촌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이 자고 먹고 했던 세월이 있어 외사촌언니에게는 여동생이 있지만,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나서 맘 속의 말을 하는 대화의

상대는 않된다며 우리는 만나면 자매간처럼이 된다.

외사촌언니가 부산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 한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러 외갓집을 떠나 있던 때에 준서할미가 외갓집에서

중학교를 다녀서 그 때 다섯살이던 외사촌 남동생과 내가 있던 때에 태어난 외사촌 여동생도 또 나와는 남 다르다.

외갓집에서 외사촌언니는 큰언니, 큰누나였고, 나는 작은언니, 작은누나로 불렸다.

외사촌언니는 준서할미보다 네살 손 위이다.

 

오늘 전화에서 주된 이야기가 배추김치를 담으려고 양념을 준비 중인데, 요즈음은 이래 저래 담아도 김치 맛이 없다는 거다.

김치가 맛이 없다보니 괜히 고추가루를 더 넣게 되고, 마늘도 더 넣게 되고, 적적량이 조화가 되어 김치 맛이 숙성이 되면서

맛이 나는건데, 그러니 더 맛이 없어지고 그렇다 했다.

준서할미 말이

언니야 입맛도 예전 같지 않으면서 손맛도 없어진 것이다.라 했다.

그랬더니 언니 말이 김치가 맛이 없어진게 예쉰다섯 이후인 듯 하다 했다.

맞을 것이다.

그 나이가 되면 무릎도, 허리도 시원찮아서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살림을 사는 것도 접어 두는것이 있게 되고, 그러면서 음식을 만들어도 맛이 없게 되는 것이지 싶다.

 

준서할미만 해도 무릎이 아프면서 맘도 무릎처럼 많이 접혔었다.

아~하 아프면서 늙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디에 가도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이고, 어디에선가는 여사님처럼( 강의를 두어달 같이 들었던 사람이라 적당한 칭호가 없어서)

나이 들어서도 당당하고 싶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것을 다 반환하지는 않았는데, 그냥 사라져 버렸다.

손가락 사이 모래는 그래도 빠져 나가는 것이라도 보이고, 느끼는데, 그냥 사라져 버렸다.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는 요즈음 먹어도 맛이 있다.

부산에 동생들도, 내 자식들도 맛이 있다 했다.

그러나 이 모양새로 살다보면 준서할미가 한 음식이 맛이 없을 수도 있다.

모든 것에 전력으로 했던 일들이 체력이 모자라고 무릎이 아프고, 하면서 그렇지 못했다.

준서할미가 담근 김장김치가 맛이 변해지기 전에 깨어야 겠다.

 

외사촌언니와 친정이모님과 준서할미와 이 가을에 동해안 여행을 하고 설악산 오색지구로 가기로 했던 계획이

신종플루에 잡혀 버렸다.

내년에는 신종플루 걱정하지 않고, 갈 수 있기를 기대 해 본다.

내년이면 일흔다섯이 되시는 당뇨로 체중이 45Kg 도 채 못 되는 이모님을 모시고 그 여행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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