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지 언니 그늘이라....

이쁜준서 2009. 9. 13. 02:31

자두나무를 따라 너무나도 키가 큰 엉컹퀴

( 제비꽃님 농장의 가을 풍경 중에서.... 고맙습니다.) 

준서에미와 준서이모는 나이차가 4년이나 난다.

한두살 차이도 아니고 네살이나 차이가 나는 언니는 아기였던 준서이모가 자라서 세살이 되니 무조건 언니 손에

것을 가지려 했었고, 순둥이 준서에미는 늘 주었다.

첫돐이 지나고 온 방을 걸어 다니던 두살 아기 동생이 엄마 무릎에 앉아 놀다가  엄마가 밖에 나갈려 하면

동생이 엄마 무릎에서 일어 나는 것과 동시에,아빠 무릎에 앉아 있던 여섯살 언니는 같이 일어나 방바닥에 안고 동생에게 자리를 비껴 주었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었는데, 언니인 준서에미는 그렇게 동생에게 양보를 하는 아이였다.

 

동생이 네살, 언니는 일곱살.

동생이 볼 때는 언니는 못하는 것이 없게 보였을 것이다.

언니가 하는 것은 거의 자기도 할려고 했으니, 양말신기, 타이즈신기, 옷 입고 단추 잠그는것, 다 혼자 할려고 했고,

타이즈 신는 것이 잘 되지 않아 울면서 신는데, 보다 못해서 엄마가 거들어 줄려고 하면 엄마를 피해서 한쪽 구석으로

가서 신고 나섰다.

언니가 혼자서 다 하니, 삐닥하게 입은 바지도 조금 틀어지게 신은 타이즈도 손을 댈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니가  목욕탕에서 자기 몸을 씻을 때 동생도도 같이 자기 몸을 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언니가 하는 것을 다 할려 하고, 언니에게 이길려 대들기도 하면서 동생은 뭐든지 빨리 배웠다.

언니가 뭐든 양보를 하니 별 싸우지도 않고, 컸다.

동생이 점점 자라 같은 물건을 사 오면 언제나 동생을 먼저 고르라 하고 남은 것을 했다.

뒤에 혼자 있을 때 언니보고 너도 너 가지고 싶은 것 먼저 챙기기도 하라고 했더니, 저가 먼저 고르면 저가 고른 것을 하겠다 하는데,

먼저 고르게 하면, 저가 가지고 싶은 것이 남아요라 했다.

언니 동생이지만 닮았다기보다는 많이 다른 자매이다.

이제는 준서에미에게 동생은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일 것이다.

엄마는 울도 되고 담도 될뿐이지만, 동생은 뭐던 같이 할 수 있는 동년배가 되었으니.....

 

언니는 잔병치례를 많이 했는데, 동생은 잔병치례도 별 하지 않고 잘 자랐다.

그런 동생을 보시면서 시어머님께서는 지 언니 따라 크니 건강하게 잘 큰다 하셨다.

다 지 언니 그늘이라 하시기도 하셨다.

작은 손녀딸을 큰 손녀 딸이 있어, 공짜로 키웠다고 하셨다.

 

저 위 엉컹퀴는 자두나무 옆에서 햇빛이 모자라니 햇빛을 받으려고 저렇게 키가 크게 자라서 꽃도 많이도 피웠다.

햇빛을 혼자 다 받을 수 있는 자리라면 키도 저만큼 크지 못하고, 빳빳하게 튼실하게 커면서 저리 많은 꽃은 피우지 못했을런지 모른다.

형제들이 같이 자라면 언니나 형은 좋은 선생이고, 또 좋은 단련자도 될터인데,

준서처럼 혼자 자라는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같이 배우고 같이 놀면서 심신이 자랄 것이다.

 

식물이 자라는데는 적당한 햇빛이 필요하고, 또 적당한 그늘이 필요한데, 혼자 자라는 준서가 늘 맘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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