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친구와 함께 추석 장을 보러 서문시장으로 갔다.
서문시장의 건어물은 도, 소매를 하지만, 도매는 거의 전화로 거래가 되고 소비자들이 낮 시간대에 찾는 것이다.
준서할미가 가는 건어물상으로 간다고 다른 건어물상을 지나 가는데, 가게 두개를 합친 크기에 건어물백화점이란
상호로 장사를 하는 곳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개개의 점포에는 사람이 없는 가게도 많았다.
아직 추석 제수를 마련하기에는 일찍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준서할미가 근 20여년이 넘게 거래하는 곳에 갔더니 우리 앞에 두사람이 기다리고 있고, 물건을 골라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사람, 또는 친구랑 둘이서, 또는 딸과 손주들과 할머니의 가족이 오기도 하고 그러니 가게가 꽉 찬다.
간단하게 볼일을 보는 사람이나 단골고객이 아닌 사람에게 먼저 물건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날은 양보를 해 주면 중간에 먼저 팔아야 하는 사람까지 보태어 지면 오래 걸리기에 오늘은 적당한 때에 물건을 골라 왔다.
단골 고객들은 일단 제수도 사 가지만, 온 김에 멸치도 사고, 다시마도 사고, 고사리, 도라지등등을 사기에 어떤 이는
오래 걸린다.
외국에나, 타지방으로 택배를 보내는 물건을 고를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준서할미가 오랫동안 거래를 해 오면서 친구들이 이바지에 건어물을 넣은다거나 몸 풀고 먹는 좋은 미역이 필요하다면
소개를 해 주었는데, 그 친구들이 또 자기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고객이 되는 집이다.
다른 집이 놀고 있는데도 기다려서 물건을 사게 되는 그 집의 비결은 물건에 대한, 가격에 대한 믿음이 있어 그럴 것이다.
건어물 상회의 볼일을 다 보고, 생선가게로 갔다.
갔더니 남편이 점심 먹으러 온다해서 점심을 시켜 놓았고, 곧 배달 될것이라고 다른 볼일이 없느냐? 한다.
처음 들을 때는 웬? 별일도? 싶었지만, 점심을 오령껏 먹지 못하면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을 때도 있으니,
그런 부탁할 정도라 생각하고 그러겠지...
볼일을 보고 집에 오면 오후 2시가 조금 넘을 것 같고, 집에 와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우리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손질하기 적당하게 녹이고 있는 동태팬 3개를 가르키면서 여섯집이 합해서 저 세 상자를 포를 주문해 놓은 것이 있어
장사를 하면서 저 세 상자 포를 떠 놓으면 저녁 때 퀵으로 배달을 보내어야 한다 했다.
포를 떠면서 장사도 해야 하는데, 때를 놓치면 영감님 점심도 자시지 않고, 가버릴까 싶어 그랬다면서 미안하다 했다.
서문시장에 나와 장사를 시작한게 33살이고, 29년을 했다 했다.
처음에는 당근장사를 했는데, 옆에서 생선을 팔던 분이 집안에 갑작스레 일이 생겼다면서 팔던 생선을 주면서 팔아 보라했다 한다.
생선을 팔아라 권유하신 분이 삼천포로 가 직접 떼어 오는 생선이 있어서, 부탁을 해 자기도 계속해서 생선 장사를 했다 한다.
생선을 팔아보니 채소장사는 장사도 아니었다 했다.
가게를 얻어 냉장고를 넣으니 재고가 나는 생선도 없고, 또 미리 미리 생선도 비축해 두고 팔 수도 있고.
그 시절에는 명절이 아니어도 하루에 매상이 120만원은 되었고, 잘 팔리는 날은 170만원도 팔았고,
명절에는 하루 매상이 700만원도 올렸다 했다.
이제는 예전만큼은 팔 수 없지만, 호랑이 같은 영감도 장사에서 손을 뗐고, 가을이나 겨울에 삼천포에 직접 갈 때
운전만 해 주지 장사는 전부 내가 다 알아 하고 돈도 내가 다 알아 하는 것이라 했다.
남편이 측량기사였고, 고향에는 전답도 많았기에, 처음 장사 시작할 때부터 먹을 것이 없어 울며 불며 하지도 않았고,
작은 아이가 여섯살에 장사를 시작했으니 아이들 걱정도 그리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했다.
목이 좋은 곳도 아니고, 생선가게들과는 떨어져 있는데도, 맛이 좋은 생선을 취급하기에 같은 시장의 상인들이
바쁘면 전화로 부탁을 해 놓고, 집에 갈 때 찾아 가기도 하고 준서할미처럼 단골 손님이 찾아 가기도 해서,
늘 바쁜 곳이다.
동태, 고등어, 칼치, 가자미, 상어, 조기, 물오징어등등이 맛으로 보면 여러 층이어서, 그 생선가게도 맛이 좋은 생선이라는
신용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다.
헐하지는 않은데 같은 값인데 생선이 맛이 있으니 안쪽에 있어도 찾아 가는 것이다.
오래도록 장사를 이어 갈려면 신용이 성공의 지름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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