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버리는 일도 힘들어.....

이쁜준서 2009. 9. 14. 02:38

올 해는 어찌하다 보니 분갈이를 20여개도 넘게 했다.

분갈이를 하는 이유가 다 있었지만, 내년 봄까지 미루어 두어도 되는 일인데, 분갈이 담당 준서외할아버지 앞에서

때론 혼자말로 궁시렁으로, 때론 조금 상냥서러움으로 그렇게 분갈이 하자고 해서 준서외할아버지가 번쩍 번쩍 들고 오고

준서할미는 식물을 화분 중간에 앉히려고 잡아만 주었다.

준서외할아버지가 그냥 두자는 것은 준서할미가 준서외할아버지가 외출한 틈을 타 혼자 한 것도 대여섯개는 될 것이다.

 

우리 집의 자스민 나무는 키도 크고, 오래 된 것이다.

저 작년 쯤 지금의 분으로 분갈이를 해 주었고, 너무 커 엄두가 나질 않아 작년에도 가지만 치고, 올 해도 가지만 치고

그냥 기르고 있었다.

준서할미 팔 힘으로는 옥상으로 올릴 수 없어 배 힘도 보태어 옥상으로 옮겼다.

몇번이나 하자고 하자고 해도 나무가 크서 해도 않해도 그만이라면서 기여히 하지 않기에, 눈 앞에 올려 주고 하자는데도

하지 않을까? 하는 다분히 성깔 보탠 마음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그 무거운 화분을 들지 않았을텐데)  한계단 한계단 올렸는데,

서너계단을 두고는 너무 힘이 들어서 준서외할아버지를 불렀다.

 

준서할미 가슴까지 오는 가지를 하나만 두고 다 자르고 하면 하지 다 그냥 두고 뿌리만 조금 손 보고 할려면 그냥 두자 했다.

당신 마음대로 하라 하고는 뺄려고 누이니 화분이 뿌리의 힘에 밀려서 볼록하게 튀어 나왔다.

오래된 것이라 뿌리도 전지 가위로 자를 수 없어서 톱으로 듬뿍 잘라내고, 딱 한가지만 남기고 다 잘라 버리고,

분갈이를 했다.

준서할미 무릎에는 버거운 일을 했으니 무릎은 더 아프다.

 

준서외할아버지는 늘 버리자고 하고, 준서할미는 간혹이라도 사용할 일이 있으니 않된다하고, 버리는 일을 할 때면

늘 티격태격이다.

오전에는 분갈이를 하고, 오후에는 버리는 일을 하고,

초 저녁에 잠깐 졸았으니 이 새날이 시작 하는 한 밤중에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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