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이다.
준서에미가 어렸을 적에 은행에 가면 양력 2~3월 쯤에는 손님 창구에 꽃이 핀 군자란 화분이 두어개 얹혀 있었다.
홍색이고, 꽃송이도 크고 그 때만 해도 가정집에서 군자란을 키우는 집을 못 보았으니, 언제고 저 꽃을 키워야지라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꽃이다.
준서에미가 대학교에 입학을 했을 무렵에는 널리 퍼지지 않을 때여서 꽃대가 올라 와 도기 화분에 심겨진 것은 3~4만원은 했다.
그 때만해도 저 위의 것은 키가 작은 군자란이지만, 잎의 길이가 긴 그런 군자란이었고, 꽃이 피면 녹색의 긴 잎에
홍색의 꽃은 더 없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키우기가 버거워서 그랬는지 저렇게 잎의 길이가 짧아진 품종을 팔게 되었다.
준서할미가 군자란을 산 것은 7~8년 전쯤이고, 프라스틱 분에 심어져 파는 것을 화분따로, 꽃 따로 사면서 이만원정도 주었지 싶다.
꽃이 질 무렵이어서 헐하게 샀던 것이다.
그 해에도 선물용 화분을 사러 갔었고, 꽃대는 두대였고, 멋지게 피어나는 분은 5만원에 사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꽃대가 두어대 피어나는 중이면 그 화분은 5만원 이상을 한다.
꽃이 피면 군자란은 아직도고급품종인 것이다.
재작년,겨울내내 화분들이 실내에 있었고, 기온은 연일 봄날 같아서 예년보다 몇일 빨리 내어 놓았는데
그 때 군자란과 함께 자스민, 마라난타등등이 하룻밤 사이에 많은 꽃나무를 동사 했다.
친구집의 군자란은 잎의 길이가 긴 것이라, 새로 올라오는 촉을 떼어 활착시켜서 주었던 적이 있는데,
저 위의 것은 친구가 다시 새촉이 난것을 활착시켜 주어 기른 것이다.
친정을 찾아 온 것이다.
다시 온 것을 길러 작년 늦가을 꽃을 보았었다.
겨울내내 찬방에 있었는데,어제는 포기 속이 유난스레 통통한것 같아 보았더니 꽃몽오리를 품고 있었다.
잎은 찬방에 두었던 것이라 다소 얇아져 있었는데, 아마도 따뜻해 지면 꽃대도 올리고 꽃몽오리가 굵어지면서 잎도 두터워 질 것이다.
작년 가을 꽃대를 하나 올렸기에 꽃송이는 그리 많이 달리지 않을 것이다.
화원으로 나가면 해마다 새로운 화초와 꽃나무들이 있다.
토종의 야생화를 개발 한 것들도 있고, 수입되어 오는 것들도 있다.
이제 그만 그만 하면서도 나가면 또 뭔가를 들고 들어 오게 된다.
식물에도 분명 생명의 기가 있으니, 꽃몽오리를 맺고 품고 있는 것은 꿈일 것이다.
군자란도, 꽃망울을 살포시 살포시 열고 있는 옥상의 꽃나무들도, 발레리나 되었던 큰꽃으아리의 꽃몽오리들도,
다 꽃을 피워낼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