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마누라 겁내기

이쁜준서 2007. 8. 12. 16:39

준서 할미 주위에는 이제 마누라 겁내기에 발을 들여 놓은 세대들이 많다.(하하)

나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 친정 남동생, 여동생에다 시동생도 그 또래이고 시뉘도 그 또래이다.

또 연배를 떠나서 친구가 된 이들은 오십대 초반이다.

또 30년이 넘게 친구한 계모임을 같이하는 친구들도 50대 후반이고, 모두 마누라 겁내기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이다.

 

30년이 넘는 계모임은 자녀들이 어릴적 한동네에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인데, 그 중 막내는 6~7살이

적다.

그 집 남편은 젊어서는 세상에서 무서운 사람이 없어서 동네에서 만물상회인 슈퍼를 했는데,

어찌나 동네 사람들하고 피를 흘리면서 싸움을 해대는지 동네 사람들이 사람 취급을 않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 댁 안사람은 연하고, 남편과 시어머니 앞에서 자기 소리를 낼 수 없으면서도 종가집이라

제사도 많았고, 또 채소 물건을 하러 다니는 남편이 형제를 둔 자식들의 옷도 사오기게 그냥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기계 같은 존재였다.

 

그당시엔 점심시간대에 맞추어 계모임을 했는데, 우리들이 우~ 나가면 남편은 갔다 오라고 하는데

시어머님은(60도 채 안되신) 점심을 차려 놓고 나가면 밥 아직 안 내려 갔는데라 그러고,

빨리 갔다 오면 배 질들이겠다 하시고, 종을 사 부리는 듯 했다.

그래도 남편은 세월따라서 조금 나아서 동네를 나서면서 준서할미가 오늘은 장사가 잘 되었는가요?

우리 기추 가는데, 못갑니까라 정중히 인사하면 큰아이 이름으로 마눌을 부르면서 가라고 했었던

참으로 힘드는 시절을 살아온 친구가 있다.

 

그이가 우리 동네를 떠나서 10여년이 지난후 다른 동네에서도 동네슈퍼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같이 산나물을 하러 가게 되었다.(준서할미가 가고 싶어 부탁을해서)

살고 있던 동네에 준서할미보다 서너살은 더 나이가 드신 아줌마랑 준서할미와 그 댁 부부가

그 집 차를 타고 성주쪽으로 들어갔다.

그 아저씨는 산을 시내에 큰 건물 이름을 외우듯해서 이산에서 시원치 않으면 차를 빼서 다른 산

으로 옮기고 자기는 아주 높은 곳에서 고사리를 듬뿍 그것도 굵은 고사리를 듬뿍 꺾어다 오곤 했다.

그런데 같이 온 동네분이 누구 누구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의 어려운 일이있으면 자다가도 가고,

내외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였다.

 

지금은 그 시어어님도 돌아가셨고, 큰아들이 결혼해 예쁜 며늘도 있고, 그 남편은 동네가 재개발

되면서 아파트 한채를 받고도 1억정도 남은 돈으로 개인택시를 사서 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찌 어찌 살아도 40을 넘어서면서 시건이(식견이?) 생기고, 마누라가 무섭기

보다는 마눌의 잔소리가 싫고, 또 살아온 세월이 있어 실상은 마누라가 하자는대로 매번 못하긴

해도 자식들도 컸고, 마누라에게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마눌 말을 듣게 되고,

그렇게 살다보면 50고개를 넘고 그러면서 자신도 인정하기 싫은 "마누라 겁내기" 가 되는 것이다.

 

준서외할아버지 절대로 그런일은 없다 하면서도, 준서와 힘든다고, 이래 저래 집안 일 도와 주고,

마누라 겁내기가 실상은 마누라 사랑하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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