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인간시대"란 프로그램이 있다.
"그 여자 그 남자"였던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그것은 상관이 없지 않겠느가?
그 여자는 한복 디자이너인 모양이고, 그 남자는 피아니스트였다.
그 여자는 본적이 없었고, 그 남자는 TV화면에서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 남자는 하고 싶은대로 사는 남자였고, 그 남자에 대한 사랑이 지고지순한 그 여자의 사랑이야기였다.
하기사 아주 오래 전에 어느 절에 칠순을 넘긴 아주 괴팍한 스님을 뵌 적이 있다.
기도를 하다가 신도들이 자세가 비뚜러지면 어느 순간에 목탁으로 머리를 때리시는 것을 과감히(?) 하는
스님이셨다.
스님왈 :저 놈의 중 우리가 갇다 주는 것이 없으면 먹지도 못할 것이 라고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외다.
나는 내 복에 먹는 것이올시다. 지금 보살님들이 여기 오시지 않았다면 다른 보살들이
내게 공양을 갇다 주었을 것이라고
그처럼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그 남자의 복이랄수도 있을 것이다.
그 남자는 일년 내내 가고 싶은 곳으로 떠 돌아 다니다 오고 싶으면 그 여자(그의 아내)에게로 바람처럼
왔다가 서울이 답답하다면서 말도 없이 가 버린다.
그러면 서울에 사는 그 여자는 그 남자가 보고 싶으면 연 잎에 밥을 찌고 육포로 조림을 하고 도시락을
만들어 안동 예술촌에 있는 그 남자를 찾아가기도 한다.
안동 예술촌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한 군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곳이 어느 곳이든지
먹거리를 장만해서 간다.
그 여자가 하고 있는 차림새라고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예전에 입던 통치마에 허루스럼한 방한복 윗도리를
걸치고, 집안에서 바느질을 하던지 음식을 하던지 긴 생머리를 간수하는 우리들이 세수할 때 쓰는 모자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정갈하다.
음식을 차릴 때의 멋도 알고, 음식을 할 때의 격식도 안다.
흔히들 격식이라고하면 완성 된 뒤에 일 같이 생각하지만 나는 하는 과정부터 격식이 있어야 완성된
뒤에도 격식이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호외에서 이바지 음식을 주문 받아 할 때에도 나는 격식을 따진다.
그 때만은 우리 회원들이 나의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그 여자는 아침이면 흙 마당을 긴 장대 비로 정갈히 쓴다.
밟고 들어오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면서 쓴다.
그 여자에게는 문하생이 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 밖에 사는 듯한 그 여자의 사랑에 나는 반했다.
그러면서 그 남자가 팽팽한 얼굴을 하고 살고 싶은대로만 사는 그 남자가 왠지 미워졌다.
내 아내가 저자에서 살기에 내가 이렇게 산 속에 살 수 있어 좋고, 내 아내가 산으로 와도 좋고,
내 아내가 산에서 살면 혹여 내가 저자에서 살 수도 있다고,
말이사 그렇지만 저자에 살 사람은 아니던데 말이다.
그 여자에대한 고마움을 그 남자는 그렇게 표현했다.
그 남자는 피아니스트였다. 자유인으로 살아간 그 남자의 정신이 우리의 예술혼으로 남는다면
불국사 처마의 황금돼지처럼 세월이 흘러 그 여자의 "정신"이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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