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준서를 데리고 서문시장에 갔다가 오는 길에는 지하철을 타고 왔다.
준서가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해서 좀 걷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우리집이 있는 계명대 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 왔을 때 제법 비가 내렸다.
준서 옷에 모자가 달려 있었고, 또 포대기가 있어서 업고 걸었더니 그리 비는 맞지 않았다.
그랬는데 저녁을 먹고 준서가 늦은 밤 시간에 잠들고 나는 아기를 업고 다녀서 그런지 다리가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새벽 2시까지 있었는데 정말 철벅철벅 오는 비 소리가 처량했다.
따뜻한 방에 앉아 듣는 소리도 이리 처량한데, 전국의 역사나 지하도에서 기거하는 노숙자들은 얼마나
집 생각,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자신 생각, 가족들에게 도움은 못 되어도 폐는 않끼치겠다고 길 거리에서
방황하는 그들의 맘은 어떨까 싶어졌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비가 오면 "비 설거지"라고 덮기도하고, 치우기도하고 그런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도회지 아파트야 현관문 닫는 것으로 모든 것이 실내에서 다 이루어지고 꼭꼭 닫은 문이
있어 웬만한 비는 오는 줄도 모르고 살지 않는가?
나는 아직도 단독 3층에 산다.
그래서 많은 비가 올 때엔 옥상으로 올라가 배수관도 보아야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화분들도 넘어지지
않도록 간수를 하여야 한다.
그 덕에 빨래도 바람과 햇볕에 말릴 수 있고, 꽃을 키우던 화분에 약간의 채소를 심어 먹을 수도 있다.
생활환경이 그렇다보니 친구들과 시외로 가 쑥, 달랭이, 민들레등 나물을 해 오기도 한다.
비가 오면 춥다고 했으니 추워지겠지.
하기야 예전 같으면 대목이면(구정 몇일전) 가만히 있다가도 더 추워졌고, 가래떡을 빼오면 꿀이나
조청에 찍어 먹는 맛도 솔솔 했는데 말이다.
요즘은 기후도 그렇고, 또 우리가 하고 있는 생활도 밋밋해서 재미가 없다.
우리 준서가 어른이 되면 준서의 어릴적 기억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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