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2022년 8월의 끝날이다

이쁜준서 2022. 8. 31. 01:59

변산 격포 채석강( 彩䂖江) 

여행기에 사진을 넣어서 두었더니 새삼 감회스럽다.

 

결혼해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거나 기차를 타면 

그리 멀지 않는 부산에 친정 엄니 계신 곳인데,

결혼 해 와  시집살이 한달여 되는 동안에, 나는 산골에 시집온 색씨 같았다.

 

시어머님, 시동생 둘, 시누이까지 있는 시집살이에,

일요일 시어머님께서 너그 둘이 나가서 영화나 보고 밥 사먹고 오너라 하셔서 

계획된 일도 아니고,아침식사 후 치우고  우리는 집을 나섰다.

일단 버스를 타고 몇 정류장이 지나면서 우리 부산가자 했더니  (아무 준비도 없이)

다음에 가자 했고, 그냥 가자하고 고속버스 터미날로 갔다.

시외버스만 타다가 고속버스는 빛나고 광나는 새차에 안내양도, 사탕도 있었던 

고속버스 초기였다.

 

친정 엄니는 생각지도 않은 딸 부부가 들이 닥치니 함박 웃음으로 어째 소식도 없이 왔나?

소고기 불고기에 생선에 딸래미 좋아하는 쌈 몇가지에 만두에 한상 그득했다.

그러시면서 가지고 가라고,

가자미 피득하게 말린 것, 건멸치, 싱싱한 고등어, 물미역까지  들고 가라 하셨는데,

살림을 하는 나에게는 다 반찬거리이니 엄니 권하시는 것도 강권이였지만

들고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데, 짐꾸러미는 좌석 아래 짐칸에 넣었으니

부피도 냄새도 문제 될 것이 없었고, 마음은 룰루랄라 였다.

깜깜한 밤에 도착 했더니 짐꾸러미를 보신 시어머님께서,

세상에 빈손으로 친정 가는 사람이 어디있노?

미리 말 했으면 내가 준비를 해 주었지라 황망해 하셨다.

 

워낙 버스를 타면 멀미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 억지로 다녀 왔기도 했고,

그렇게 목마름의 간절한 보고 싶음이 한번 갔다 오고는 싹 가셨다.

친가 외가 쪽이 부산 울산에 있어서 친가에서 외가에서 사촌들을 중에 내가 두번째였고,

결혼식도 있고, 초상도 났고, 그런 볼일로 가면 하루 미리가서  결혼식날 참석하고 오면

친정 엄니 해 주시는 음식 먹고 동생들도 보고,

그러다 아가들이  있으니,

그 시절은 소고기를 바로 구워서 소금구이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살 때이고,

소불고기가 상찬이었고, 그 상찬의 소불고기에 만두소를 해 가지고, 한번 해 먹을 만두 반죽조금까지,

친정 쪽 친척들은 아직까지 우리 엄니 소불고기, 만두, 냉면 같은 것은 맛집이라고 먹어도 그런 맛은 없다고 할 정도이고,

 

결혼 해 와 한달여 살면서 목마름의 엄니 보고 싶었던 그 새댁이 이젠 할머니이다.

아가들은 자라서 즈그들도 엄마가 되었고, 사회에서는 중견이 되어 살고 있고,

걸음도 천천히 걷지 못하고 빨리 걷던 나는 어디에 가고, 이젠 체력도 또 무릎 연골 고장도

이웃 친구가 자기 걸음 속도에 늦추어 걷는데도 가다가는 천천히 가자 하게 된다.

이렇게 변한것이 이제 3년째일뿐인데,

 

 

위 사진의 꽃몽오리가 이렇게 피었다.

그런데 어제 비가 와서  거실에 들였더니

정말로 아가 미소처럼 이쁘다.

 

 

 

작년 가을부터 우리 지방은 비가 오지 않았고, 올 해 호우가 지방마다 다니면서 비 난리를 내었을 때도

비가 오지 않았다.

그랬는데 8월 20일 넘어서는 비가 간간이 오거나 흐리거나 했다.

그랬는데, 8월의 끝날은 어제부터 오는 비가 한 밤중인 지금까지도 추적거린다.

야심한 밤에 일부러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니, 넓다대한 다라이에 물이 제법 받혀 있다.

차분차분 오는 비가 다들 김장 배추 모종을 심었을 밭에는 모종이 살음하기 좋을 것이고,

각종 채소들이 비가 그치면 쑥 자라 있을 그런 비가 온다.

그런데 한 계절이 끝나는 것을 보는 내 심사는 그냥 심란하다.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작년에 지인의 남편이 돌아 가셨다 하는데 소식 모르지요라고 

알려 주셨던 바로 그분도 작년에 가셨지 싶고,

서울에 살고 있고, 지방에 살고 있어도 참 자주 만났던  블로그가 인연이 된 친구도

작년에 가셨다.

다들 누구보다  나이보다 건강하셨던 분들이신데, 가셨으니 평소에 건강하다는 것과

중병을 얻어 가는 것과는 다르지 싶다.

 

가는 여름이 하필이면 비가 추적거리면서인가?

오는 가을도 서글퍼서 별로 반갑지도 않다.

그러면서 살아야 하니,

건고추도, 참깨도, 마늘도 준비 해 두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두달에 한번 약 처방 받는 병원 예약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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