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 두고 시어머님께도 어제 인사 전화를 했다.
편찮으셔서 대문에 누가 와도 문을 열어 주러 못 나오시고,
아들, 딸, 요양보호사는 열쇠를 가지고 다니고 가까운 경노당 친구분들도
코로나 때문에 오지도 못하겠지만 내가 대문을 열어 주러 나가지도 못한다 하셨다.
야산에 흔하게 있는춘란이다.
향기가 아주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은은하게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래도 사진으로 찍은 춘란은 싱그럽다.
허리가, 다리가 아프다 하시면서 두어달 혼자서 동네 의원급 병원을 다니시다,
영 다리가 서지 못할 정도가 되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막내 아들을 불러 큰 병원으로
영상촬영으로 내린 진단은 날라리뼈에 금이 갔다고,
주사와 약물치료로 많이 나아지셔서 네발집게가 달린 것을 밀고 이제 설 수가 있으시다고,
코로나도 겁나고, 내 몸 형편도 작년 한 해 지금까지 션찮아서 찾아 뵙지도 못했다.
낮에는 오후에 3시간 요양보호사가 오는데 점심은 요양보호사가 챙겨 주고 간단한 빨래는 세탁기로 해주고
간단한 청소하고 놀다가 간다 하셨다.
밤이면 얼마나 외로우실까?
어제는 전화를 하니 언제나 " 에미가?"
반갑게 받으시기는 하는데 어째 맘으로부터 즐거운 일이 있는 듯 했다.
막내 아들네로 가신 것은 막내 아들이 첫 아이( 손녀) 낳아서 구완하신다고 가셔서는
둘째도, 그렇게 21년만에 따로 나와 사신다고 시누이가 전 해 주었다.
엄마가 언니에게는 따로 나와 산다는 말을 하지 말라 해서 내가 1년을 참았다고.
왜?냐고 물으니 너거 언니들에게 내 체면이 안선다 하시더라고,
준서 다섯살에 보내고,
마흔다섯에 시어머니가 되셔서 나도 시집살이를 했지만,
젊은 연세에 시어머님도 며느리 위에 얹히듯이 사셨을 것이다.
온전한 즐거움인들 있으셨을까?
중학 1학년, 2학년의 남매 자식도 있고,
그 아이들 건사하시느라 며느리 눈치도 보셨을 것이다.
결혼 해 와 첫달 월급을 엄마한테 드렸더니 이제 니댁한테 주라고 하더라면서
받은 월급 봉투은 시어머님께 따로 드릴 여유가 없어서,
아예 월급봉투을 시어머님 이불장 이불 속에 밀어 넣고,
나도 반찬거리 사러 갈 때 가져 가고 돈이 아주 적게 남았다 싶으면,
내가 시집 갈 때 가지고 간 돈으로 쓰고 그렇게 했다.
서양란
준서를 보내고 그 해 여름에 준서를 데리고 있다가 준서네로 갔을 때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가자해서 따라 갔다.
준서아빠가 운전을 하고, 준서엄마는 조수석,
준서와 내가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주관적으로 살아 왔는데, 자식에게 이제는 얹힌 자리가 되었구나란
준서와 내가 어린준서를 보살피듯이 나도 자식들이 보살피는 그런 자리가 되었구나 싶었다.
집으로 내려 와서 시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이제 아이들도 그만큼 자랐고, 집에 빈방도 있고, 이젠 집으로 오셔서 우리들이랑 살자고 했다.
늙어 가시면서 좀 대접 받고 사시라 싶어서였다.
시어머님 말씀이 에미말은 고마워도 이모(이미) 내가 야들과 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냥 살란다 하셨다.
그렇게 며느리는 설겆이도 시키지 않고, 며느리 속옷까지 세탁 해 주고 아이들 학원 갔다와
어두워서 불현듯 학교 준비물이 있다하면 아이들 데리고 학교 앞 문방구로 다니시고,
20년째 될 때 어느 날 이제 집안 일 하시지 말고 밥도 어머님 밥만 따로 해 드시라고 하더라고.
그렇게 지내시다 21년째는 혼자서 독립해서 나오셨다.
그 때는 나도 어른을 모실만한 체력이 넘어섰을 때였다.
혼자 사신지도 거의 10년이 되어 가지 싶은데, 그 연세 되기까지 사시면서 구비구비 이 세상
참고 사신 한이 얼마나 많으실까 싶다.
그런데 어제 그렇게 즐거운 맘이 전화로도 느껴진 것은 알고 보니
첫째 손녀가 결혼한지 서너해 되었지 싶은데 아들을 낳은지가 일주일째라 하셨다.
시아버지가 손자 낳았다고 그렇게 좋아 한다고 하시더니,
준서 친가 사돈들은 아주 좋은 사람들이다 하셨다.
왜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시어머님께 젊어서부터 왜요?라 물었던 적이 없었던 터라
생경해 하시면서 언뜻 대답을 못하시더니,
외동아들에 딸하나 낳고 낳지 않은데도 말이 없잖아 라 하셨다.
첫 손녀인 준서에미에게 정이 남다르셔서 아들 하나 더 낳지 않고 사는것이 못내 섭섭하셨던 것 같았다.
사람은 그렇다.
섭섭한 것 이야기하고,
또 누가 보아도 상대가 아무리 잘못해도 그 잘못을 수술 하듯이 파 헤치면
아무리 정당해도 사람간의 일 처리는 야박하게 들리고 잘못한 사람보다
지적질 하는 사람이 나쁘다 싶은 것이 세상 인심이다.
그래 그렇지
사람은 상대가 나쁘고 좋고간에 포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정 맞지 않으면 조용하게 돌아 서면 되는 것이다.
명자나무를 실내로 들이다
예년 같으면 설명절에 명자꽃이 실내에서 피었는데,
올해는 어제야 나무를 실내로 들였다.
흰색에서 색이 변하는 것과
일월성,
붉게, 보까색, 흰색으로 세가지 색으로 피는 것이지만,
실내에서는 햇빛이 모자라서 분홍색만으로 피지 싶다.
야금 야금 찬방에서 거실로 옮겨진 화분들이
어제로 합해서 10개가 되었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 대단한 것 같은 것들도 (0) | 2022.02.06 |
---|---|
참기름 한병 (0) | 2022.01.29 |
설 대목장인데도 (0) | 2022.01.25 |
설명절을 앞 두고 옛 생각 2 (0) | 2022.01.20 |
설 명절을 앞 두고 옛 생각 1 (0) | 2022.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