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미풍양속

이쁜준서 2016. 9. 29. 20:26





명자꽃은 개량을 많이 한 나무이다.

그런데 개량전 원 품종의 풀명자는 열매가 맺히는 나무이다.

그래서 개량한 명자들 가운데 처음 얼마간은 열매가 없던 것도

우리 집에 15여년이 넘은 명자 나무 중에 올 해는 열매 1개가 열린 나무도 있다.


이 나무는 '일월성'이란 품종

딱 초록 풋사과 같았는데

노랗게 익어가고, 첫서리가 오기 전 딸 것이고,

생명의 시작은 꽃이 진 자리에 씨앗이나 씨알이 맺히는 것이고

그 진행은,

발아, 떡잎, 속잎, 이어서 자라고 끝내는 추풍낙엽이 되고, 열매도 그 전후로 떨어지는

생명의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수백년도 되고, 당년인 것도 있지만.






친정으로 외가의  큰외숙모님께서 별세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올 해 아흔 하나이시다.

전화로 연락을 받았고,

연관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카톡으로 한꺼번에 연락을 해도 되고,

내가 받은 카톡이나 문자를 그대로 전달이나 공유로 보낼 수도 있고, 참 편리한 세상에 살기도 하고,

염치 없는 사람이 자기 자식 결혼식을 청첩장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고 전화 한 통화 없어도 그것도 연락은 맞으니

멀리 다른 지방에서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연락을 받아 친정 두 동생들에게 전 해 주고,

준서할미는 중학교를 외갓집에서 다녔는데, 외숙모님이 좋으셔서 남의 집이 아니였고, 우리집처럼 지내기도 했었기에

내일 가서 입관식도 참석하고, 모레 장지까지 갈 생각이다.

중학생이었으니 외숙모 들일 나가셔서 늦으지시면 저녁밥도 짓다 보면 오셔서 반찬 만드시고,

그 당시 5살 남자 동생은 저녁 때가 되면 찾아 와서 얼굴과 발이라도 씻겨 주고, 그렇게 살았기에,

그 아이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준서할미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예전 같이 살 때처럼 작은누나, 작은 언니라 부를 정도로

그렇게 살았었다.

엄니 형제분들 중에는 작은 외삼촌도,  작은 이모님도 생존해 계시는데, 그분들도 다 팔순을 넘기신 분들이지만,

큰외숙모님은 외가 전체에 한 분 남으신, 큰 어른이셔서  엄니 형제분들 자식들이 서울, 수도권, 부산에 살고들 있어도

다들 빈소에 인사 드리러 온다고 한다.


예전에는 당연한 것이였는데,  요새 세상은 하고 있는 일 바쁘고 해서 생질들까지 꼭 빈소에 인사 드리러 가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지내기도 하는데 이종 동생들 3남매 들도 온다고 해서 고마운 맘이 든다.

준서할미 결혼 한 다음 울었다는 그 때 초등학생인 이종 여동생은 어느 결혼식에서 보고, 않 본지가 5년이 넘은 것 같고,

외사촌 5남매 자식들은 장성 해서 큰 외숙모님의 증손도 여럿이어서  상주들이 많은 초상이 될 것이다.


예전 준서할미가 초등학생일 때는 농촌에서 전화도 없던 시절이어서, 결혼식은 미리 날을 받기에 어찌 어찌

전해 듣기나 명절이면 대부분 만나기에 그 때 듣지만, 초상은 급박하게 나는 것이라

멀리는 사람이 직접 부고장을 들고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서 전했다.

그리고 사돈댁에서도 참석하러 갔고, 친손, 외손, 생질들까지 다 초상에 모였다.

그 때 그 한지에 적힌 부고는 받아서 보고는 헛간 서까래에 끼워 넣어 놓았다 참석하러 가는데에 참고로 했었다.


농촌에서 급박하게 초상이 나면 초상 난 날은 연기 피우지 않는다고,이웃에서 팥죽을 끓여서

옹기그릇 큰 것에 담아 머리에 이고 가져다 주었는데, 그 팥죽도 부조라 했다.

같은 성씨들이 모여 사는 친족마을이기에 초상이 나면 아랫동네, 윗동네 친척들이 초상 난 집으로 모여 들고,

그 모인 분들이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팥죽을 먹었다.

그 때는 안방에 시신을 모시기에, 초상이 나서 산소에 모시기에 겨울 날에도 그 방에는 불을 때지 않았다.


미풍양속인 거다.

그러나 대물림은 이제 우리 대에서  끊어질 미풍양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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