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비설거지

이쁜준서 2014. 8. 17. 23:42

 

 

폭염에 주춤 했던 장미가 비가 연일 오면서 선선해 지니 꽃이 피기 시작 했습니다.

이 화려하기까지는 아닌 장미 한송이도 그 피어남이 신기 합니다.

 

재 작년 이른 아침, 강변 뚝으로 걷기를 나갔다

장미원에서 전지를 해서 둑에 쏟아 부은 것에서 시들시들한 것을

한 줄기 가져 와서 삽목 할 길이로 잘라서 물에 담가 싱싱하게 잎사귀가 펴 지고

삽목을 해서 뿌리를 낸 것입니다.

 

삽목 출발이 싱싱하지 않았던 것이라 더 사랑이 가는 장미입니다.

 

 

 

 

 

 

 

위의 두 사진은 도심의 장미원에서 올 해 5월에 담아 온 것입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계절에 맞추어서 같은 거름 먹고 자라서도 색색이 다르고 모양도 다른

장미 꽃 피어서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로 신기하고 신비스럽습니다.

 

 

 

예전 시골에서도 라디오 방송은 나왔지만,

그 시절도 모르기는 하지만, 일기예보도 요즘처럼 자주 나오지는 않았어도 일기예보도 나왔겠지만,

초등 고학년 때까지 우리 집에는 라디오가 없었습니다.

 

하늘이 어두침침 해지면,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다 싶으면, 처마가 그리 길고, 처마 앞으로 차양이 있는 것도 아니였으니

그래도 비를 맞게 둘 수 없는 것들을 처마 안쪽으로 들이고, 헛간으로 넣고, 그렇게 비 오기 전에 치우고 준비하는 것을

비 설거지라고 했습니다.

 

어린아이였던 사람이 준서할미가 된 오늘 날도 단독주택에서는 비 설거지를 해야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장독 뚜껑은 벽돌 한두개를 이고 앉아 있게 하고,

화분대에 얹어 놓은 작은 화분들은 바닥에 내려 놓고, 비가 많이 온다면 혹여 낙엽이  우수관을 막을까 보아 빗자루 질을 하고

깊은 화분물받이에서 낑낑대고 물받침을 빼주기도 하고,

 

그런 일련의 비설거지를 해 두었는데, 호우성 비가 오면 화분 사이 사이에 떨어져 있던 나뭇잎들이 많은 빗물에 쏠려 나와

우수관을 막기에 소용도 없는 우산을 쓰고 옥상에 올라 가서 그런 지경이 되어있으면 우산은 접어 놓고

손으로 우수관을 막은 잎사귀을 건져 내고 우수관을 틔워 주는 일도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오늘 밤처럼 주룩주룩 오는 비는 낮이던 밤이던 옥상의 비 오는 풍경이 보고 싶어서 낮시간에는 서너번을 올라 간다면

밤에는 한번 정도는 올라 가 봅니다.

오늘 빗방울이 떨어 지기 전에 바람이 불어서 미리 비 설거지를 해 둔 뒤라 우수관이 막힐 일도 없고,

장독뚜겅 걱정 할 일도 없는데, 이 밤에 그냥 비 오는 것에 맘에 끌려 옥상에 한번 올라 갔다 와서 잠을 자야 겠습니다.

어린아기들이 남에 집에 가서는 자꾸 집에 가자고 조르면, 느그  집에 꿀단지 묻어(아랫목에) 놓았나?

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는데, 준서할미는 비 오는 옥상에 꿀단지 찾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이 나이에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

 

준서할미 나이가 되면,

젊어 세상사 무삼하게 넘겼던 것들이,

소중하게 닥아 옵니다.

 

꽃을 가꾸기를 좋아하면 꽃 사랑에 빠지고,  꽃 사랑에 빠지면 새싹이 발아 해서 자라는 것도 꽃몽오리가 부풀어 가는것도,꽃이 피어 나는 것도

당연하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 신기하고 또한 신비스럽습니다

 

 

준서가 왔습니다.

 

준서가 8월 15일, 경주 어느 산 계곡에서 2박3일 휴가를 보내고, 준서만 두고 갔습니다.

개학이 25일이라면서 주말에 준서를 데리러 온다고 했습니다.

안방 침대에서 준서가 잠을 자고, 준서할미는 방바닥에 잠을 자는데, 준서가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아이라

할머니 컴퓨터 딸각딸각 소리(자판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 움직이는 소리가 약간 들려서 할머니가 거실에 계신다 싶어서

막상 잠이 들면 할머니가 바닥에 주무시는 것은 모르고,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가 안심을 하게 해서 좋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