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살아 갈 수록 태산이다....."

이쁜준서 2010. 7. 5. 07:19

우리세대를 기르신 어머니세대는

다들 바느질 솜씨도, 먹거리 솜씨도, 인내심도 있으시고,

길고 깊고 암흑 같은 세월의 터널을 지나 오신 분들이시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시고 그 시대를 살아오시기도 하신 분들이시다.

 

 홍공작

우리 친정어머니께서는 삼심대에 어느 부흥회를 가시게 되셨고,

기독교를 믿게 되셨던 분이시고,

외할아버지께서 솔가해서 만주로, 일본으로 가 사셨던 분이시라

기독교를 믿지 않으셔도 미신이라는 것은 범접도 못하는 가풍이셨지만,

 

일반 농촌의 가정에서는 토속신앙인 면도 있는 미신을 믿는 가정이 많은 것이 우리들의 지나온 현실이라

시어머님께서는

신년이 들면 그 해 운세를 보러 가시고,

또 새로 신이 들린 무당이 아주 용하다는 소문을 들으시면

동네 친구분들과 점 보러 갔다 오시고

가실적마다 평생 사주를 물어 보시면

40대엔 이젠 50대가 되면 쌀가마니 포개 놓고 살거라 했고,(농촌까지도 배급쌀, 배급밀가루가 나오던 시절)

50대엔 자식들 성공하고 고대광실 높은 집에 살게 될것이라 했고,(단칸셋방에 온 식구가 살기도 하던 시절)

60대엔 자식들 다 출세하고 효도 받고 좋은 옷에 좋은 음식을 먹고 살 것이라 했건만,...(자식들 공부시키기도 빠듯한 세월이었고)

 

 홍사

그런데 그 점장이들 한 말이 어쩜 현실화가 된것인지도 모른다.

육이오 때는 쌀만 없는 것이 아니고, 밀기울까지 구하지 못해 멀건 풀죽을 끓여 배를 채우기도 했지만,

20Kg 종이포대에 들어 있는 쌀이 31,000원까지 내려 갔는데

쌀가마니 포개 놓고 먹을 필요가 없어 그렇지 쌀가마니 포갤 수 있는 것은 현실화가 되었고,

고대광실 높은 집에 살게 될것이라는 것은 40평이 넘는 아파트에 살고 계시니 그 또한 현실화가 되었고,

자식들도 다 제나름으로 자리 잡고 살고 있으니 출세한 거도 현실화가 되었고,

좋은 옷에 좋은 음식도,

건강식을 찾느라  절식을 해서 그렇지 언제 어느때고 마트로가면 온갖 식재료가 넘쳐나니 그 또한 현실화가 되었다.

 

은행목 

여든이 넘으신 어른이 칠순이 한참을 넘어 경노당에 가셨는데,

살아갈 수록 태산이라 하셨다.

경노당에서  자식들도 귀담아 들어 주지 않는 말을

집안에서는 다 같은 처지이신 어른들 상호간에

속맘을 털어 놓고 이야기하시고, 또 들어 주시고 하시면서

젊어 고생할 때 없던 병은 점점 하나 둘 생기고,

어린 손녀들을 키워 주고 살림을 도 맡아 사셨던 시절과는 다르게

고등학생, 중학생이 된 손녀들에게도 필요한 할머니는 아니고,

그야말로 자식들이 효도를 한다 해도  들 얹혀 사시는 생이 모두들 서러우셔서....

그러신지

에미야 살아 갈 수록 태산이다 하셨다.

태어난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하시기도 하고,

그런 말씀을 준서할미 환갑을 지나고 살면서 이제 이해가 된다.

 

 

 

 

막내아들 집으로 가신지가 고등학생인 손녀딸 출산하고 산후구완을 하러 가신 걸음에

주저 앉으신 것이니, 오래 되셨다.

지난 5월 준서네를 갔다 와 문안 전화를 드리면서

집에 와 지내고 싶으시면 저희들이랑 같이 사세요라 했다.

저도 나이가 들었으니

어머님 속 맘 다 이해할 수 있는 친구처럼도 지낼 수 있을 겁니다라 했다.

 

에미 말만 들어도 고맙다고만  하셨다.

 

경노당에서 선배님들이 신참 회원이 들어오면

지금 몸 담고 있는 집에서 다른 자식들 집에가 자고 오지 말고, 잔다해도 이틀을 넘기지 마라 한다 하셨다.

또 괜히 오라 한다고 갔다가는 맞지 않으면 돌아 올 곳도 없게 되고,

딴 자식집이나, 형제들 집에 가

오래 집을 비우면 편안하다 싶어 다시 돌아오면 짐덩이가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