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친구는 결혼하기전 친정 모친이 들일을 하실 정도의 건강이 못 되셔서,
성품이 급하신 부친을 따라 다니며, 농사를 했었던 사람이다.
그러니 농사 일에 진저리가 난다며, 남편이 텃밭을 마련할 때에도 만류를 했었고,
절대 도와 주지 않는다고 했었지만,
그 텃밭이라는 것이 300평이 넘으니 같이 하지 않을 수가 없는 형편이 되었고,
농가에서 자라지 않아 욕심만 앞서는 남편과는 다르게, 농사일을 해본 친구가
텃밭에 가면 훨씬 일을 더 잘했다.
그러나 친구에겐 농심은 남아 있음을 본다.
준서할미는 보통 고추를 옥상에 10~12포기 정도 심어서 풋고추를 먹는데,
그 친구는 20~24포기 정도 옥상에 심어서는 건고추를 3~4근 한다.
준서할미 생각은 직접 기룬 풋고추는 사다 먹는 것 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건고추 1근 정도나 하는 것 보다는 풋고추가 낫다 생각하고,
맵지 않고, 단맛으로 먹을 수 있을 때 자꾸 따 먹는다.
자꾸 따면 자꾸 풋고추가 열려서 요즈음은 먹고도 달려 있다.
그렇게 되면 장아지로 담기도 한다.
그런데 텃밭 친구는 풋고추가 주렁주렁 멸리면 아까워서 따지 못하고
그러다 보면 매워서 풋고추를 먹지 못하고,붉게 익고, 따서 태양초로 말리는 것이다.
농심은 내가 심고 가꾼 내것이지만, 한참 달려 있는 것을 쑥 손내밀어 따 내지를 못하는 것이다.
또 그러면서도 텃밭에 심겨진 애동호박도,(나중 늙은 호박도) 오이도, 가지도 따와서는 아까운 맘 없이 나누어 주는 것이다.
말이 텃밭 농사이지 저렇게 집에서 물도 가지고 간다.
밭둑에 들꽃이 된 기생초.... 저날 밭에 그늘 지운다고 베어버렸다.
친구남편에겐 잡초였다.
농심이란 그런 것이다.
식구들 입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 열림이 귀해서 아까워 하고, 아끼고, 그런가 하면수확해서는 또 나눌 수 있으면 나누는 그런 것이다.
농사가 전업인 농가라도 팔기도 하지만, 알게 모르게 나누는 것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잠간 농촌에서 자랐고, 줄곧 도시에서 자란 준서할미와는 확실하게 다른 것이다.
몇일 전 텃밭친구를 따라 간 곳에는 앞 전 해갈 될 정도의 비가 온 후 옥수수대도, 참깨도, 고추대도 쑤~욱 자라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단순한 수분이 아니고 아주 아주 좋은 거름이었기도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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