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삼베 홑이불 풀멕이기....

이쁜준서 2009. 6. 28. 11:19

 

준서할미에게는 삼베 홑이불이 세개가 있다.

한개는 미어져 구멍이 나 있고, 한개는 안동포로 만든 삼베이불인데, 그것도 오래 되었다.

제일 나중 장만했던 것이 준서에미 대학 1학년 때에 수입 삼베로, 시어머님께서 손수 손녀딸 둘의 것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반으로 접어서도 침대 위에 깔기도 했고, 덥기도 하고 한겹으로는 침대 메트리스 전체를 덮어서 깔기도 했었던 것이다.

준서가 있을 때 여름에 깔아 주면 좋아 했다.

작년에 서문시장에 가 삼베로 사용하던 것보다 더 크게 만들어 준서에게 보내 주고 준서 이모의 것은 남겨 두었다.

 

수입삼베가 그냥 빨아도 푸새를 한 것처럼 빳빳함이 남아 있어, 빳빳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준서할배나 자녀들에게는 딱 맞아서

한번도 푸새를 하지 않고, 수입삼베 홑이불을 사용 했었다.

이젠 낡아서 침대에 깔아 놓으면 이내 후줄근 해 지길래 처음으로 삼베홑이불 풀을 해 보았다.

그리 곱게 손질을 할 필요은 없고, 꾸덕하게 수분기가 남아 있을 때 걷어서 발로 한번 밞아 널면 될 것이다.

침대에 깔 것이니까.

 

1950년 6.25 사변이 나고, 부산으로 피난온 사람들이 그 후 1950년대 후반에도, 서울로, 떠나온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부산에서

사람들이 많이 살고들 있을 때였다.

주거 환경은 산 위 하꼬방 단칸방에서 너댓 식구가 살았고, 입성은 여름이면 삼베로 된 옷들을 입어 었다.

그러다 보니 바뻐도 삼베 옷에 푸새를 해 입어야 하는데, 밥을 주머니에 넣어 볼끈 볼끈  풀불이 우러나게 해도 푸새는 되었지만,

밥이래야 보리밥이고, 그것도 배 불리 못 먹는 형편에 밥을 푸새로 할 수는 없고, 일일이 밀가루 풀을 끓일 수도 없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밀가루로 끓인 풀을 물에 담구어 놓고 팔기도 했다.

조금 되직하게 풀을 끓여서 물에 뚝뚝 국자로 떠 넣어 물에서 식힌 물렁물렁한 풀덩어리 였다.

 

준서할미가 교복을 입는 여학생일 때는 흰 뽀뿌린(아주 고운발을 가진 면천)으로 교복을 해 입었고, 그 교복을 빨아서는

갈분(감자가루로 만든 시판용 가루) 을 물에 풀어 빳빳해야 할 카라나, 소매 끝에  묻혀서 다리밀질을 하면 생가루가 익으면서

빳빳해 졌다.

그 때 중학생부터도 자기 교복은 자기가 빨아  자기가 다리미질을 해 입었다.

 

풀에는 여러가지 재료가 있기는 하겠지만, 주로 밀가루 풀을 했고, 적삼 한두개 할 때는 밥을 풀주머니 넣어 풀물을 만들어 풀을 멕였다.

1960년대 후반은 그랬다. 밥풀을 먹일 여유가 있었다고나 할까?

요즈음은 주로 밀가루로 풀을 만들어 사용한다.

아직도 혼수로 해 온 요는 호청이 뽀뿌린이어서 세탁을 하게 되면 풀을 먹이기는 하나, 요즘의 이불은 푸새하는 이불이 거의 없다.

호청이 빳빳한것을 좋아하면 마른채로 풀을 멕이고, 부드러운 푸새를 좋아하면 탈수기로 짜서는 바로 풀을 멕이면  된다.

요나 호청에 풀을 먹여 예전 엄니세대는 수분기가 남아 있을 때 손질 해서 빨래돌에 방망이로 반지르하게 했고, 풀기를 살렸지만,

요즈음 준서할미는 손질을 하고 발로 밞아서 다리미로 다린다.

아마도 예전에도 삼베나 모시는 손질해서 발로 밟아 다리미로 다렸지 싶고, 옥양목이나 광목으로 만든 것을 다듬이질을 했었지 싶다.

 

삼베이불, 요, 이불 호청 풀멕이기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참 옛날 일인듯 하다.

준서에미가 세월이 흘러 준서할미 나이가 되었다고, 삼베홑이불에 풀을 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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