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자기 자리

이쁜준서 2017. 10. 10. 03:22


자연의 가을은 획 바람처럼 지나갑니다.

활홀한 일출이나 일몰의 장면은 그 황홀의 절정에서는 바로 쳐다 볼 수 없고, 순식간에 지나 갑니다.

강물에, 하늘을 물들이는 것은 그 절정이 순식간에 지나고 난 뒤 입니다.

바람이라면 한 바탕 지나간 뒤의 고요한 시간입니다.

이 세상의 생명이 왔다가는 가는 빈 자리도 금방 없어집니다. 그 빈자리가 채워 진다고는 할 수 없지 싶습니다.

오전 중에 걷기운동을 나갑니다.

우리 집에서는 두어시간 동안 걷기에 흙길이 40여분 차지하는데, 여기서 걷는 길은 세멘트 포장길이나 인도가 딱딱 합니다.

신발이 트레킹화인데도 길의 딱딱함이 두어시간 걷다보면 느껴집니다.


이 도시가 처음은 아니고, 이 도시의 이곳은 처음인데, 걷기운동을 나가니 알아져 가고 있습니다.

어느 쪽에 가면 안양으로 가게 되는 수로를 걸을 수 있다 합니다.

바다물이 밀물 때는 차고 썰물때는 거의 빠져 나간다는 그 수로 길은 걸어서 4시간정도 걸린다 합니다.

왕복은 않될 것이고, 안양까지 걸어서 전철을 환승해서 오는 것을 알아야 겠습니다.

이번 걸음에는 않되겠고, 내년 봄에는 날 잡아 걸어 보아야 겠다 생각을 합니다.

밀물로 들어 왔다가 썰물 때 빠져 나간 바닷물은 그 다음 날 다시 밀려 와도 어제의 그 밀물은 아닐 것입니다


걷기운동을 나가면 사진을 찍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나가는데,  막혀 있어서 전망대에서만 바다를 봅니다.

바닷물은 빠져 있고, 어떤 날은 곤죽 같게 보일 정도고 어떤 날은 물기가 더 빠졌지만 저 멀리 개펄에 거의 허리까지

빠져서 뭔가를 잡고 있는 어부들을 봅니다.

그 정도는 절대 재미로  하는 것은 아니고, 생업일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그렇게 생업으로 번 돈으로 추석 차사를 모셨을 것이고,긴 연휴는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긴 연휴때문에 바로 시장에 내다 팔지 못해서 보관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긴 연휴에 해외 여행에서 어제 돌아 온 사람들은 정신 차릴 시간도 없이 오늘 모두들 제 자리로 가야 합니다.

직장인도, 학생도 제 자리로 돌아가고 사회는 제대로 하루 하루 바퀴가 굴러 갈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친정 형제들이 더 귀해 지고, 오랜 세월의 친구들이 더 귀해 집니다.

만나서 헤어질 때도 아쉬워 합니다.

자기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던 사람들 중에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중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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