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음력 시월 상달은 고사 떡을 먹었는데,

이쁜준서 2016. 11. 2. 22:36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랄 때는 음력 시월에 아주 윗대 어르신들 산소에 묘사를 지냈었습니다.

그 시절 아주 윗대 어르신들 산소는 일반 산소의 3배는 되었을 크기였고, 어른들께서 아주 신성시하셔서 겁니 나서

그 산소가 있는 들에는 올라 타고 내리는 일은 하지 못했었습니다.

산소 크기로만 본다면  뛰어 올라가고 뛰어 내리면 참 재미가 있어 보여서 하고 싶은데도 못 했었습니다.

문중 큰 선산이 있었지 싶은데 가 본 기억은 없고, 그리 크지 않았던 우리 집 선산은 지금은 문화재로 묶여 있습니다.


아버지 고향이기도 하고, 준서할미가 태어 난 고향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3년간만 살았었는데도, 정말 시골 마을이라

부산에서 초등4학년 때까지 다니다 전학 간 그 마을에서 생활은 전혀 달라서 그 3년이 준서할미 정서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시절 옷이 변변한 것이 아니어서 음력 10월 묘사를 모실 때는 바람이 차거워서 손가락이 곱을 정도인데,

인근 산소에 음식을 차리고 산소마다 정해진 법대로 지내고  음식을 모아서 떡을 나눠 주었습니다.

다 우리 집안 아주 윗대 조상님들 산소이고, 다 친척이 살고 있는 마을이어서 나이 서너살 차이가 나는   아재비,고모, 오빠, 언니인데

친구가 되어서 소풀을 뜯으러 다니고, 소풀을 뜯기러 다니고 하였습니다.


묘사떡을 아기를 업고 있으면 두 몫을 주었기에 그 쌀쌀한 바람에 아기를 업고 갔습니다.

아기가 떡을 먹는 것은 아니니 두 몫의 떡을 먹을 수 있고, 또 철길 건너 층계 논  올라 가는 산소 쪽으로 움직이면

우리들도 따라 올라가 또 떡을 얻어 먹을 수 있어서 묘사날은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잔치날이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 시절 시골에서는 디딜방아에 불은 쌀을 찧어서 채로 치고 채 위에 것을 또 넣고 찧고 해서 쌀가루를 장만해서

솥에 떡시루를 얹고 떡을 쪄 내었는데, 요즘 시루떡은 그 맛에 따라 가지 못 합니다.




그 때 시골에서 살 때는  마을에 고사를 지내는 것은 못 보았습니다.

결혼을 해 오니, 동네에 시어머님 친구분들이 연세가 차이가 나서 연세에 딸라 형님이라 부르시면서 형제들처럼 지내셨습니다.

우리 집 뒤가 교회였고, 우리 골목으로 교회사람들이 지나 다녀도, 시어머님 친구분들 중에서는 교회에 나가시는 분들이 없으셨습니다.

제일 형님 되시는 분께서 음력 시월이 되면 자기 집부터 고사를 지내고 시줏단지 쌀도 바꾸어 넣고,  그분께서 동네 친구들 7집인가?

집을 돌면서 고사를 지내 주셨습니다.

고사란 것은 나물새 갖추고, 조기 생선도 굽고, 떡도 하고, 과일도 사고 일반적으로 제사 음식처럼 했었습니다.

고사떡은 방앗간에서 떡을 해 왔었습니다.


고사를 지내는 집으로 다 몰려가서 구경하시고, 밥을 다 같이 드시고 오실 때는 푸짐하게 떡을 얻어 오셨습니다.

고사떡이라  동네 나눠 먹는다고 넉넉하게 해서 나누었지요.

남의 집 밥은 얻어 먹지 않았어도 우리 집 고사 지내고 친척들이 아닌 동네 아지매들이 오셔서 같이 하얀 쌀밥 나물에 비여 먹는 것은

참 맛이 있었습니다.

차사 제사 모시는 것이야 결혼전에도 보았지만, 고사는 시줏단지에 쌀을 넣어서 일년을 지내고 새 곡식이 나온 가을에 고사를

지내면서 시줏단지의 쌀을 새로 갈아 넣는 것은 신기했습니다.

그 시줏단지는  정성으로 잘 모셔야 쌀에서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시어머님께서는 정성을 들이셨고,

한 몇년간 모시다가 끝을 내었는데, 쌀벌레는 생기지 않았었습니다.


묘사떡은 콩고물 시루떡이였고, 고사떡은 팥고물 떡이였습니다.




물론 미신이라 생각을 하는데, 일종의 간절한 바램 같은 것이고, 기도 같은 것이라 생각 되어 집니다.

디딜방아에 쌀 찧어서 한 묘사떡이 아니어도 방앗간에서 해 온 고사떡도 준서할미 새댁 시절이라 참 맛났었습니다.

그 시절의 떡 중에서 음력 시월에 지내는 고사떡이 제일 맛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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