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겉보리 손질하기

이쁜준서 2014. 10. 26. 06:30

 

 

겉보리를 볶으려면 집에서 볶던, 참기름 방앗간에서 볶던 미리 손질을 해야 합니다.

보리에 수염이 많이 달여 있어 겉보리는 굵고, 수염은 가늘어니 볶으면서 겉보리는 더 볶아야 하는데 보리 수염이 타게 됩니다.

수염이 탄 채로 볶아도 무방하기는 한데 깨끗한 색으로 볶을 수가 없지요.

방앗간에서 가르쳐 준것은 양파 망에 보리를 넣고, 그 양파망을 쌀 포대에 넣고, 신 신은채로,발로 밟으면,

부서진 보리수염은 쌀자루 쪽에 나가 있게 되는 손 쉬운 방법이라 했습니다.

 

이 미련퉁이 준서할미는 도저히 신 신은채로 밟을 수 없어서 우선 쌀 자루에 넣고, 비볐습니다.

그리고는 겉보리가 빠지지 않을 정도의 소쿠리에 부어서 소쿠리채로 까불면 위로도 날아 나가고, 밑으로도 부스러기가 빠지고,

다시 소쿠리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또 비비고, 까물고  또 비비고 까물고,

한 70점 정도 받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런대로 방앗간으로 가지고 갔고,

그만 하면 볶는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볶아 온 것을 내일 소쿠리에서 한번 까불면 아마도 밑으로 빠지지 싶습니다.

 

 

 

요즘 콩장을 튀밥집에 콩을 가져 가서 콩을 튀겨서 바로 간장과 설탕과 물엿을 넣어서 간을 해 오는데,

콩을 튀겨서 하는 방법보다 덜 딱딱한 방법입니다.

 

콩에서 일단 불순물을 골라 내고,(준서할미는 콩이나 팥이나 사 오는 날 바로 골라서 둡니다)

먼지만 씻어 내고 바로 바닥이 두터운 냄비에 넣고, 콩이 반되 정도라면 한컵반정도 물을 넣고 김이 푹 오르고 나면

냄비 뚜겅을 열고 주걱으로 저어 봅니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물기가 거둬 질 때까지 주걱으로 뒤적거려서 불을 끄고,

물기가 없다면 냄비 가장자리로 물을 조금만 넣어서 주걱으로 뒤적거려서 불을 끕니다.

말 하자면 콩에서 비린내를 가실 정도로 삶기는 했어도 콩을 수증기로 쪄서 비린내를 가신 듯 한 것과 비등한 정도 입니다.

수증기로 찌기보다는 시간이 단축 됩니다.

그러니 냄비 바닥에  물기가 없도록 해서는 뜨거운 그 냄비에 바로,간장, 설탕, 물엿을 넣어서 간을 맞춥니다.

 

간장을 바로 넣어도 되지만,

준서할미는 간장에 멸치 육수를 조금 넣고,물엿만 넣고, 설탕을 넣지 않고, 바르르 끓여서 바로 붓습니다.

볶은 통깨도 조금 넣어 줍니다.

튀밥 기계에 튀긴 콩장보다, 딱딱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경상도 지방만 쌀강정, 콩강정을 어리라 부르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어려서 고향 시골에서는

설날 강정을 집에서 우선 조청을 고아 놓고, (조청 고으는 날은 아랫목은 발바닥으로 딛지도 못할 정로로 뜨거웠지요)

쌀도, 콩도 하룻 밤을 물이 찰팍 하도록 넣어서 밖에 두면 업니다. 설 명절에 맞추어서 하니 음력 섣달 중순이 넘어서였지요.

하룻 밤 얼었던 곡식을 건져서 물기를 빼고, 가마솥에 쌀도, 콩도 볶았습니다.

 

곡식과 콩을 얼리면 볶았을 때 생쌀, 생콩으로 볶은 것보다 식감이 연하게 씹여서,그렇게 했고, 찐쌀도 볶았지요.

얼려서 하는 것이라서 어리라 했었지 싶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강정이라 부르지 않고,[어리]라 불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