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준서외할아버지께 우리 문화대 뒤의 산에 갈까요?
쑥을 캐러가자 차 안에서 당신이 준서를 보던지 아니면 내가 준서를 보고 당신이 쑥을 캐던지라 했더니
준서가 나랑 차 안에 있겠느냐, 몇 번이나 쑥국을 먹겠다고 그러느냐면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또 투덜투덜 쑥인절미를 해 먹자고 하옇튼 준서를 데리고는 안되는 말을 했었다.
어디던 준서를 데리고 가야하니 들에 쑥이나 나물을 캐러 간다는 것은 않되는 일인데도 마음에 바람이
들어서 그랬다.
1시간이 더 지나서 문화대 뒤의 산으로 갈까요?
하도 그러니 가자면서 나는 포대기를 가지고 물과 요기할 빵을 준서할아버지께 챙겨 들리고는
나섰다.
산 초입에서는 준서가 조금 걷더니 다리 아프다고 내가 포대기로 업고 올랐더니
아이 냄새야라, 또 땅에서도 난다면서 등 뒤에서 준서의 종알거림.
아주 얕으막한 야산인데도 소나무가 제법 많이 있어 솔향기가 나고, 땅에서도 산 냄새가 올라오니
준서에겐 새로운 풍경이었다.
준서는 아기라서 맑다.
식당에 들어서면 아이 냄새야 청소 좀 해야겠다 라 한다.
우리는 으례 식당이니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고 때론 역할 때도 있어도 참지만 준서는 맑으니 그런 말을
한다.
처음 이사와서 다니던 야산인데, 몇 년을 가지 않았더니 산 길은 비에 파여서 돌이 많았고,
산 등성이에 올랐더니 체육시설을 해 놓아서 사람 때가 묻어 있었다.
처음 내가 와 다닐 때는 봄이면 고사리도 있었고, 진달래는 온 산을 물들였는데, 어찌나 산이 황폐했는지
산 등성이 이쪽 저쪽으로 한 켠은 그래도 간혹 진달래가 피었는데 다른 쪽은 한 포기도 없었다.
그저 아카시아 나무와 간혹 벗꽃나무가 자연으로 자라 피었을 뿐이었다.
내려 올 때는 좀 더 쉬운 길로 내려 온다고 택한 길은 경사는 올라 올 때보다 더 했고, 청석길이
어찌나 미끄럽던지 준서를 업고는 정말 조심 조심 내려왔다.
나의 봄바람은 여기서 끝내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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