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나 독감에 준하는 감기가 돌면 뉴스에서는 노약자는 특히 조심하라는 멘트를 한다.
준서가 자람(감기)를 하는데 뒤따라 내가 감기를 한다.
우리 자녀들 키울 때는 아기가 감기를 한다고 따라서 하지는 않았는데 나도 노약자인가?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할머니라 부르면 싫은 소리인데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노약자인가보다.
밤부터 오후 늦게까지 많이 아퍼서 준서를 돌 볼 수 없었는데 저녁 식사를 하고 거실에 나와 있으니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준서랑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오후 늦게는 준서가 갑갑 할 것 같아서 옥상에 올라 가 새싹들도 보고 꽃도 보고 많이 컸다면서 살짝살짝
새싹에도 손을 대어 보고 좋아했다.
우리 옥상에 가면 서쪽으로는 대학교정이 있어 탁 틔였고, 북쪽에는 야산이 있어 시야가 좋다.
바람도 상쾌하고 말이다.
준서와의 생활은 행복감의 연속이다.
어디 실크가 준서의 촉감만 하랴.
내 온 몸이 준서의 장난감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는 않지만 와서 안기때의 그 사랑스런 무게감,
안방으로 거실로 다니면서 이렇게 저렇게 놀 때의 몸 놀림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내게는 준서의 손짓, 발짓 하나 하나가 사랑이다.
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저 때는 어떤 표정이었지가 다 기억이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내 자식들에겐 책임감이 있지만 준서는 그냥 사랑만 해 주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 주고, 이 시기에 들여야 할 버릇을 가르치면 되는 것이다.
잠이 많지 않아서 밤에 일을 많이 했다.
도시락 2개씩 사가지고 가는 고등학교 때는 저녁에도 도시락을 먹는다 싶어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
도시락 반찬을 했다. 식으면 꾸덕꾸덕 해진다 싶어서.
요즘은 길게 일을 못한다. 잠은 안자도 일은 못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일이 제사라면 콩나물도 다듬고, 나물할 무도 채 썰고, 각종 나물거리도 다듬고,
데치고해 냉장고에 차곡 차곡 넣다보면 새벽 3시가 넘도록 일을 하고는 또 아침 일찍 일어나고 했는데,
이제는 제사도 넘겨 주었지만 그 체력이 안된다.
준서를 보내고는 정말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겠지만 몸 나이는 더 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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