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자랑이 하고파서

이쁜준서 2007. 6. 3. 07:55

대구에서는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기추" 라 부른다.

"기추" 는 경조사에 인력이나 금전으로 부조도하고, 또 함께 관광을 가기도 하는 친목계이다.

어제는 30년 지기들이 모이는 기추에 다녀왔다.

내가 제일 연장자이고, 3살~6살 정도 차이가 나는 그러나 자녀들을 보면 거의가 엇 비슷하다.

대부분 2자녀이고, 그러나 아들을 얻겠다고 낳다 보니 5남매가 되는 집도 있으니, 결혼 해 각기

신혼시절부터 함께 같은 동네에서 큰 애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에서 한 집, 두 집 이사를 갔었기에

그 때 신혼시절 살 던 동네가 고향처럼 느껴지는 동질감을 가진 친구들이다.

자녀들도 낳을 때부터 봐 왔던터라 지금 그 자녀들이 엄마가 되고, 우리들은 할머니가 되었지만,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나올 때 보면 지 엄마(지에비)의 아기적의 모습이 얼굴에 보이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한 그런 정이 있는 모임이다.

 

어제는 안산의 딸네 집에가 생후 보름 정도 해산 구완을 하고 왔는데도 혼자서는 기룰수가 없어

다시 아기를 데리고 와 45일을 채우고 다시 안산으로 보낸 친구가 있었다.

식당의 사람들 소리는 귀에 왕왕, 눈과 귀는 준서에게 두어야하고, 그러다 보니 옆에 앉은 친구에게도

안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앞에 앉은 친구가 살며시 폰을 꺼내는 거였다.

아기 자랑이 하고파서 말이다.

제 각기 안부하고, 자기 이야기 하고, 그러노라고 그 집 안부는 유진이는 갔나? 그것으로 또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내가 얼른 아기 좀 보자 많이 컸재?

폰을 돌려 보면서 한 마디씩 했고, 큰 자녀들을 결혼을 시켰으나 아기가 없는 집도 폰에 찍힌

아기가 낳을 때 4키로그램이 넘었던터라 다른 아기들보다 한 달은 더 키워 놓은 것 같은 아기에

크다는 둥, 이쁘다는 둥, 지에미 닮았다는 둥 그 아기의 외할머니인 당자는 말 마다 받으면서

하고픈 자랑을 실컨했다.

아기 동영상까지 담아 와서는 내가 어루니 저렇게 대답한다면서.

그 자랑하고픈 맘  잘 알고 말고, 나도 그 때 그랬으니 말이다.

준서또래가 세 집이다.

그 중 빠지면 기추가 재미 없어서 윷 놀이 때 그 친구가 않오면 벌금 만원이라 해 놓고서는

정말 벌금도 낸 일이 있는 친구 왈

손자,손녀가 없는 두 친구들을 보고는 너그는 아무리 그래도 모른다.

함 낳아봐라 그 때야 알지, 내사 뭐 이제 계숙이까지 (둘째 딸) 낳았으니 별 신기한 것은 없구만

해서 한바탕 깔깔 웃었다.

 

요즘 큰 식당은 어찌나 복잡하고, 시끄러운지 밥만 먹고나면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도 비켜주어야

하고, 식당 앞에서 잠깐 섰으니 준서가 빨리 가자고 재촉해서 그냥 헤어졌다.

한 친구는 외손녀를 데려다 키웠는데, 그 아기 엄마가 어린이집을 6월13일부터 개원한다고,

이제는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해 주어야한다며 구미로 간다고하고, 또 한 친구는 내년에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호주로 가서 최소한 2년을 살다 오겠다고 했다.

한글학교가 세워지고, 교장자격이 있는 교장선생님이 필요하다고해서 가기로 했다면서.

또 모르지 나도 준서 이모가 결혼을 해서 준서네랑 같이 인천에 살게되면 나도 인천으로 갈런지도.

 

서울에도 동창이 34명이나 살고있다.

그리고 친정 친척들도 있고, 경기도에는 시집 친척들도 있고, 고종 시동생은 형수가 와야 내가

갈 곳이 생기는데, 둘이서 왜 대구에 있을 이유가 있느냐고?

팔공산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러면서 웃는다.

나는 남편의 고향인 이곳 대구가 좋다.

이곳의 친구가 좋고, 이곳의 인심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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