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달관이라 할 수 있을까?

이쁜준서 2022. 4. 12. 04:31

 

15살에 친정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위로 두 딸이 있었고,

아들만 낳으면 자라다 다시 하늘로 돌아가고 세번째 아들아기 낳아 아직 아기였을 때,

건장하고 인물 좋으시고 동네에서 아쉬운 것이 있으면 의논자가 되었던

아버지가 가시고, 아기도 이내 따라 갔고, 등에 없은 네살 아기라던가? 하는 딸아이와

15살 딸래미와만 남게 되었던 친정 어머니는 미친듯이 들로 산으로 아기 업고는

다녔고,

미친듯한 맘을 정리 하시지 못해 주막거리 집에 15세 큰 딸을 민며느리처럼 보내고

아기 업고 고향을 훌훌 떠나셨다 한다.

그분은 평생 결혼식도 하지 못하고  첫 남편은 6,25 전쟁으로 저 세상 가시고

재혼을 했기에 그래도 평생의 남매 자식은 있으신 분이시다.

 

이제 아흔을 넘으셨지만,

노인분 건강은 하루 아침에 혼자서 일어나 앉기도 않되고, 너무도 아프고,

큰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한달에 한번 맞는 골다공증 주사를 12회 맞아야 하고,

약은 한달 분을 받아 와서 잡수시고, 이제는 바닥에 손가락 같은 발이 달린 것을

밀고 다니면서  실내에서는 움직이신다고,

 

그렇게 우연찮게 병이 나시지 전은 성인병약 몇가지를 드셔도 건강하셨고,

내가 안죽어 탈이라고, 오늘도 내일도 희망이 없는데 살면 뭐하느냐고 하셨다.

그분께서 89세의 아는 안 노인 한분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남매 자식들 외국에 나가고 혼자서 사시는데, 가사도우미가 한달에 두번

옛 인연의 사람이 올뿐이고 코로나 전에는 매일 아침 수영장도, 한달에 한번 북한산 가는

젊었을 때부터 하던 등산 모임에도 산 아래서 도시락만 먹고 와도 아는 사람들 얼굴 볼 수 있었고,

 

코로나로 3년 병원만 다녔지 늘 집에 혼자 있으시면서 귀가 덜 들려 전화통화도 여의치 않으시다 하더니

본인 스스로 이제는 정신이 깜박 깜박해서  어느 날은 스스로 좀 맑다 싶어서 이럴 때 음성이라도

들어 놓아야 한다 하시면서  전화번호 적어 놓은 것 꺼내 놓고, 전화를 한다 하셔도,

들리지 않아서 별 소통하는 것도 못된다 하시고,

 

그 이야기 전 해 들으시고,

그래도 젊어서는 잘 살아도 보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은 것도, 정신이 깜박깜박 한다는 것도,  그래서 혼자 계시다

요양병원으로 가는 것도 다 자기 것이다.

이 세상에서 복이고 화고 자기것이 아닌것을 누리고 당하고 하지 않는다.

다 자기 팔자에 있는 것이라고.

 

인생 구십을 넘으시고,

그간의 구비구비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도 이제는 없고,

달관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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