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겨울준비

이쁜준서 2019. 11. 14. 19:37


수능 한파가 어김 없이 찾아 왔다.

날씨가 춥지 않아도 시험장에서 맘도 몸도 떨릴텐데, 오늘은 추워서도 떨릴정도로 춥다.


왕복 8차로 도로 횡단보도 앞의 군밤장수는 불은 가스 불이고, 통에 밤을 넣어서 문을 닫으면 구멍이 난

쇠통이 돌아가면서 밤이 익는다.

그러니 연탄불 하나를 빼서 작은 화로를 앞에 두고 길거리에 앉을뱅이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서 밤을 구워서 팔던

군밤장수들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군밤이란 것이 껍질을 까면 시커먼스  재가 아무리 조심해 까도 떨어지게 마련이라 아예 군밤장수가.

작은 칼을 가지고 껍질을 까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통 위에 얹어 놓고 판다.

다깐 밤을 사니 사람들은 껍데기가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을 사게 되고,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면,

나도 살까 하는 맘이 든다.

남편에게 떡, 빵, 군밤 중에 자시고 싶은 것은?

고개를 흔들었다.

감기 중이라 얼굴은 퉁퉁 붓고, 입맛는 달아났고  먹고 싶은 음식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럭저럭 11월이 지나고 나면, 도서관 강의도 끝나고 긴 방학에 들어가 내면 3월이라야 개강을 할 것이다.

겨울 긴 방학이 좋다.


옥상의 실내로  내려 와야 할 식물들은 오늘 들였다.

아주 큰 화분은 늦봄에 분갈이를 현관 앞에서 해서 놓았기에 낑낑 들고 내리는 일이 없었다.

꽤대로 힘을 써서 현관 앞으로 내려 놓았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한 남편에게 도와 달라고 하고서는, 남편은 안에서 받아 제자리에 놓고,

밖에서 하나씩 들어다 나르고, 매년 화분을 들일 때는 꼭 도와 준다.

겨울 화분을 실내에 들이고 나면 포근한 느낌이 된다.

이제 김장을 하면 겨울준비가 얼추 되었다.

메주는 쑤지 않아도 되고, 더 추운 겨울날 콩을 삶아 된장독 다독거리면 되고, 그 무렵 고추장도 담으면 된다.


김장하고 호박죽 한번 끓여 먹고 동지팥죽 끓여 먹으면서 홍시 감 하나씩 내어 먹다보면 겨울이 익을 것이다.

겨울도 홍시가 되면, 매화꽃 소식이 들려 오고, 전국의 매화들이 다들 피어나고 나면

꽃샘추위가 되고,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으니 선두에 겨울이 와 있는 것이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사람들  (0) 2019.11.15
정갈한 여든 두살의 그녀  (0) 2019.11.15
홍시 만들 감 준비  (0) 2019.11.12
만추의 준비,  (0) 2019.11.11
만추의 초록나물  (0)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