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것은 참지 못해서 싫다.
낮시간 가을 면티를 입었다가 밤에는 기모가 있는 티샤스를 바꾸어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갔을 때는
양말을 벗었다가 일어나면 다시 양말을 신는다.
이젠 맨손으로 주방일 하던 것도 고무장갑을 낄 수 밖에 없는 계절이 된 것이다.
어제는 건고추 30근을 닦았다.
물세척해서 말리기는 해도 닦아야 하는 것이고, 고추는 깨끗했지만 그래도 하나 하나 다 손이 가니,
일이 제법 많았다.
남편이 도와주었다.
고추를 닦으려고 준비하는 것을 보고는 운동으로 가는 야산도 가지 않고 도와 주었다.
고추 닦는 동안 찹쌀풀거리 찹쌀을 두꺼운 냄비에 얹고, 행주를 씻으러 오가면서 서너번 저어 주었는데.
찹쌀풀은 적당하게 저절로 끓여 졌다.
참깨도 고추 닦기 시작전에 일건져 두었다가 두번 볶았고,
쪽파 김치에 일부의 찹쌀풀을 넣고, 참깨도 넣고, 저녁식사 후에 담았는데, 작년고추가루였지만,
김치냉장고에 들어 있던 것이라 햇고추가루처럼 색이 고왔다.
작년에는 고추가루 20근을 사니 고추장용은 남지 않고, 간당간당 할까 보아서 추렴김치도 몇번 담지 않고,
아꼈더니 아직도 넉넉한 2근이 남았다.
올해는 고추장을 담으려고 30근을 샀지만, 요즈음은 일기를 믿을 수가 없어서 내년에도 건고추가
올해처럼 풍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추렴김치 자주 담아도 될 정도로 넉넉한 양이다.
김장김치보다 양에 비해서 추렴김치가 고추가루가 더 들어 간다.
겨울에는 옥상 항아리에 고추가루 봉지를 넣고, 그 위에 신문지를 도톰하게 덮어 둔다.
봄이 되면 김치냉장고에 김치 통이 비니, 이른 봄에 김치통에 고추가루 봉지를 넣어서 보관한다.
오랫만에 가을비가 왔다.
천둥까지 우르르 우르르 소리 내면서 비가 왔다.
요란스런 가을 비였다.
비설거지를 하러 나갔더니,
빗줄기가 굵지는 않은 세우였는데, 그 속도감은 있어 우산 없이 맞는다면 옷 속으로 파고 들겠다.
편의점이 곳곳에 있고, 지하철에서 내려도 편의점이 있으니 우산 없이 가을 비를 맞지 않아도 될 것이다.
찬 공기에 두면 냉해를 입을 듯한 큰 화분 3개는 몇일 전 들였다.
오늘은 고추를 빻아 오고, 월요시장에도 다녀 오고, 옥상의 화분들을 실내로 들여야 겠다.
딱 이만때 화분들이 실내로 들어 온다.
화분받침대를 다 씻어 놓았으니 화분만 달람달람 들고 내리면 된다.
말이 달람달람이지 다들 무게감이 있으니 약한 노동이다.
한 사람은 내리고, 한 사람은 받고,
만추의 천둥까지 치면서 오던 비는 겨울 직전의 겨울 알림이 바빠서 천둥소리의 힘까지 보태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