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생나무 때기

이쁜준서 2019. 9. 23. 03:21


초등학교 고학년 때 시골로 갔었다.

아랫채는 소 외양간이 있고, 방이 한칸 있었다.

시골에서는 나무를 산에서 해와 정지간에서도 쓰고, 쇠죽도 끓이고, 할머니가 계시면 할머니방에는

밖으로 아궁이가 있어서 겨울 식구들이 씻을 따뜻한 물을 데우면서 그 아궁이에는 장작이 땔감이었다.

머슴 아재는 겨울에 산으로 땔감 나무를 해 왔다.

산의 소나무 밑에서 소나무 잎 떨어진 것을 갈구리로 끌어 모아 왔는데, 그 땔감을 갈비라 했다.

밥하는 아궁이에는 그 땔감을 때면 탁탁 타닥하면서 작은 소리가 나면서 얌전하게 불이 탄다.

집집마다 산으로 가서 땔감나무를 해 오니 삭정이가 늘 있는 것도 아니고, 생솔도 잘라 왔다.

나무가 모자라 생솔을 아궁이에 불을 붙이면 온 정지간이 연기로 가득차고 어찌 어찌 불이 붙으면 화력이

대단 했다.


우리 할머님께서는 일본에서 자라서 일본 갔던 아들이 일본에서 결혼해서 데리고 온 한국인이지만,

일본사람인 며느리가 해방이 되고 친정 부모님과 형제들고, 일본에 같이 있었던 시숙내외와 함께 배를 타고

나오면서 신발은 게다를 신고 산골 시댁으로 들어선 19살 며느리가 참 애처로워 보여서

맏며느리에게는 그리 무서운 분이 따뜻하게 대해 주시더라 했다.

생나무때기라고 말하자면 생솔에 불이 붙이면 온 정지간이 연기로 가득하고 눈물 콧물이 흐르고,

한국  산골 생활이 처음인 게다 신고 온 며느리를 어여삐 보아 주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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