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불편한 현실

이쁜준서 2019. 9. 11. 01:37


추석 상이라고 그리 요란하게 차릴 것도 아니면서도 달랑 요리같은 것 하나 얹어 놓기에는

남편은 별것 없어도 또 그런 추석명절 상이 아니면 섭섭해 할 것 같아서 일단 재료는 사다 날랐다.

핸드카트에 넣고  끌고 오는데, 감당 못할 정도의 무게가 아닌데도 힘이 들었다.

엉덩이에 무거운 추를 달고 다니는 듯 멀쩡하게 걸어 오는 것처럼 보였어도 정작 나는 그랬다.

지금까지 그 보다 더 많은 식재료를 사다 나르면서도 한번도 하지 않은 말을 했다.

다음 명절에는 명절음식 하지 않을거다로. ( 같이 오는 친구에게)

아프고 나서 아직 체력이 정상으로 풀리지 않아서이지 싶다.


어제 저녁은 집으로 와서 쉬는데 저녁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되었고,

국수 삶아서 열무김치에 비벼 먹을까요? 

밥은?

밥은 있어도 내일 아침에 먹으면 되는 것이고라 했더니 밥을 먹자고 했다.

내가 집을 비울 때 비상식량으로 사 놓은 즉석 카레로 저녁상을 차리겠다고 했다.

속이 느글거려서 그렇다 하고는,

멸치육수를 내고 옥상표 정구지 한줌을 베고, 오이를 채썰고, 김장김치 내고 육수에 남편은 국수를 말았고,

나는 정구지와 무 섞은 김치 남은  새콤한 국물에  비빔 국수를 만들었더니 깔끔하니 정말로 맛이 있었다.


오늘은 운동을 하고 한바퀴 돌면서 모자란 식재료 사 오고, 집에 가져다 놓고, 또 친구와 나갔다 왔고,

쉬다가 또 저녁식사 시간이 되고,

어포를 졸였다.

쪽파 한줌 뽑고, 아기고추 한줌 따고, 반찬을 해 놓으니 아기고추는 야들야들하고, 쪽파도 맛나고,

반찬가지가 모자랄 때 응원군처럼 쓰윽 무쳐 내는 오이 무침,

열무김치는 있는 것이고,

저녁밥을 먹고 싱크대 앞에 서니  그냥 주저 앉고 싶었다.

물로 그릇을 일단 씻어 놓고는  남편에게 설겆이 해 달라고 했다.

스스로 도와 주었을 때는 있었어도 설겆이 해 달라는 말은 처음 해 보았다.


힘이 든다고 배달음식 시켜 먹지 않고 살았으니 불편하다면 불편하다.

그러나 어제 저녁도 느글느글 속까지 불편한데 비빔국수도 사 먹는 어떤 음식으로는 않되는 속을 편하게

할 수 있었고,

오늘도 반찬 두가지 새로 해서 저녁밥 먹는 것이 더 맛이 있었다.

지금까지 죽을 때까지 내 손으로 밥해 먹는 것이 목표였다.

짐짓 내용은 밥 해 먹을 수 있다면  손, 발이 성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이들 집에 가서도 내가 밥을 한다.

아이들이 때로는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하고, 맛집이라고 나가서 먹고 오기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단 집으로 사람 초대를 잘 하지 않는다.

밖에서 만나서 식사 대접하고 차 마시고, 술마시고가 더 분위기 있고, 서로가 편할 것이다.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을 해서 대접하면 대접하는 사람은 음식하느라 그 바쁜 현대인 시간을 쪼개서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도 제대로 못하니 집에서는 정말로 자기 가족만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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