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옥상정원은 쉼을 얻는 곳

이쁜준서 2019. 9. 2. 06:36


지금은 2019년 9월 2일 05:52분이다.

하지가 지나면서 일출이 늦어지고, 날이 밝아가는 시간도 늦어서, 아직도 밝은 것은 아니고

부음하다는 표현을 옛 어르신들께서 하셨고, 아버지들은 이 보다 일찍 일어나셔서  삽작문 열어 놓고,

마당 기다란 빗자루로 쓸어 놓으시고, 삽 메고 논이 있는 곳으로 나가셔서 논 다 둘러 보고 오셨다.

할머니들께서는 삽작문 옆에 우리 집처럼 채전밭이 들어 오는 길 양켠으로 있거나, 조금 떨어진 곳이라도

채전 밭으로 가셔서 호미로 손질하고 아침 반찬거리로 채소 솎아서 오시고,

엄니들께서는 샘으로 가서 물 길러 오시고, 그날의 첫물이라고 장독간에 한 대접 올리고 그날의 기도를

두손 모아 하시고, 정지간에도 조왕신께 한 대접 떠 올리고 또 두손 모두고 기도 하셨다.


도시에 사는 나는 봄이 되면 이른 봄에는 물 주는 것은 몇일 만에 한번이어도 매일 옥상정원으로 올라 간다.

한바퀴 돌면서 새싹이 움터서 자라는 모양새도 보고, 3월에  꽃이 피어나는 명자꽃몽오리도 살펴 보고,

그러다 4월이 되면 물을 매일 주는 화분 2~3일에 한번 주는 화분들을 골라서 물을 준다.

1년 중 4월의 꽃이 피면 제일 즐겨 한다.

몇가지 되지 않지만 나무꽃들이 피어 날 때이고, 나무꽃들은 아름다운것은 다른 꽃들이 필 때와 같지만,

품격이 느껴진다.

5월이 되면 붓꽃들이 피어나고, 이런 저런 꽃들이 이어서 피어 난다.

이 때쯤이면 붓꽃류와 제피란서스류와 몇몇가지는 물주기를 몇일에 한번 주지만, 거의 하루에 한번 물을 준다.

옥상정원의 꽃이 피는 것이 뜸하기는 해도 무슨 꽃이 피어 있어도 피기는 한다.

6월,7월은 물을 주어도 한바퀴 돌아서 한번 더 주어야 하는 화분들이 생기고,

8월은 식물들을 자라서 화분에 뿌리가 꽉 차서 물을 저장할 여유가 적고, 날씨는 땡볕이고,

무덥고 해서 물을 한바퀴 돌고서 다시 한번을 주어야 하고, 자외선이 강한 날은 해가 지면 물을 한번 더 주어야 한다.


이제 9월 아직도 하루에 한번 물을 주지만, 예전 시어머니 시집살이가 동서 시집살이보다 낫다 하던데,

여전히 낮시간 햇빛은 강해도 시어머니 시집살이 정도쯤 된다.

겉으로는 나무라시어도 어딘지 모르게 봐 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지난 월요일 오후에 심는 것이

심고 그 다음날 비가 왔고, 2일째도 약간의 비와 종일 흐렸고,

3일째도 종일 흐렸다가.

4일째, 5일째는 햇빛은 따가워도 살랑이는 바람이 있고,

하늘은 푸르고 흰구름이 간간이 있는

전형적인 가을 날이였다.


배추 모종이 모살이 한다고 고생한 것 없이

살음을 해 주었고,

오늘이 심은지 8일째 날인데 이렇게 꽃이 피어나듯이 이쁘게 자라고 있다.



무 씨앗 넣은지 7일째이지 싶다.

심어 놓고 비가 왔고, 3일만에 발아 했고,

이쁘게 자라고 있다.

먹는 것을 떠나서 녹색 잎이 이쁘다.

추석나물거리는 되지 못하고(매년 비스한 시기에 씨앗을 넣어도 올 해는  추석이 빨라서)


옥상 정원에 06시가 되기 직전에 올라 갔다가 물을 주는 것도 아닌데 30분 넘게 돌아 보고 내려 왔다.

잎을 갉아 먹는 벌레는 그래도 봐 줄만 한데, 흙 속에서 포기를 잘라 버리는 벌레는 매일 아침 올라가면

그렇게 해 놓는데 흙을 헤집어도 잘 잡히지 않고, 잡았다 해도 남은 벌레가 있고 그렇다.


여름에 매발톱 씨앗 뿌려서 발아한 것을 참 어렵게 살려 놓았는데, 자꾸 포기가 없어져 갔다.

벌레 짓인지? 너무 더워서 그런지? 했더니,

마지막 남은 한 포기도 잘라 버렸고, 잎사귀가 연하니 먹는지 흔적도 없었다.

박스를 갑바를 펴고 흙을 엎어서 포기를 잘라 버리는 벌레가 3종류인데, 2종류 각각 한마리와 굼벵이 2마리

까지 잡았다.

매발톱 씨앗 뿌리기 전에 상추 씨앗을 뿌렸는데, 솎아 먹던 중에 자꾸 상추포기 집어  넘기는 것이 있어도

워낙 포기수가 많아서 흙을 헤집을 수도 없어서 그대로 먹다가 어느 날 다 뽑아내고 흙은 엎어서

벌레를 잡고 비워 두었던 곳에 매발톱 씨앗을 넣었는데, 아마도 벌레가 다른 화분에서 옮겨 갔지 싶다.



새로 피어서 눈에 뜨이는 꽃이 없을 때도 피었던 화분에서 연이어서 꽃이 피어나고, 무슨 꽃이 있어도

꽃은 피어 있고, 녹색의 식물들은 여전하고, 옥상정원은 쉼을 얻는 곳이다.

블로그를 한 것도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고,

옥상 정원도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식물을 나누기도 하고 나눔을 받기도 하지만, 실상은 키우고 싶은 식물이 눈에 뜨이면 사들인다.

2년전까지 남편이 심어 주었는데, 말 없이 심어 주고나서는 이제 그만 사라고 하면 그만 사야지라고

미안해서 하는 대답을 했다.


3년전부터 체력이 저하 되고부터는 그런 맘이 없어졌다.

내가 건강해서 이 식물들을 돌보는 것이 언제까지일지 모르는데, 굳이 키우고 싶은 식물을

들이지 않을 것이 없다 싶어졌다.

그러나 조절이 저절로 된다.

흙이 한정 되어 있어서 새 식물이 들어 와서 다 품을 여유가 없으면 키우던 옥상 식구를 퇴출해야 하니,

망서림이라는 것이 생기고, 무한정이 아니고, 한정적인 것이라 조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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