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사람과 사람들의 정

이쁜준서 2017. 10. 17. 22:16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에서

                                                            

 

월요 공부하는 날이였다.

긴 연휴중이라 한번의 강의가 휴강되었고,  강사님이시자 관장님이신 선생님은 2주 외부강사 초빙으로 오시지 않았다.

그 때엔 관장님께서도 외부 초빙강사로 가신다.

그러니 관장님을 한달만에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추석명절이 지나고 처음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저녁 7시 모임이라 대부분 저녁식사를 하지 못하고 오기에, 총무가 간식을 준비하는데 추석 명절 끝이라고 절편을 준비했고,

맏언니는 귤을 한 상자 사 왔다.

회원 중 한 분이 양과자처럼 만든 떡을 가져 왔다.

긴 명절 연휴가 지나서 오랫만에 만나기도 했고, 푸짐한 먹거리도 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고,

관장님께서도 한 달만에 만납니다. 하시면서 반갑다 하셨다.

보고 싶었다 하시는 말씀에 저가 우리는 목말랐습니다라 해서 웃음이 일고 분위기는 훈풍 일었다.

관장님의 강의는 물 흐르듯 했다.

우리들은  오랫만에 듣는 관장님 강의에 녹았다.

 

책으로 된 교재는 없다.

그 주의 주제에 따른 것을 관장님이 만드시고, 그 원본을 가지고 프린트하고 호치키스로 묶어서 한다.

어제는 교재 원본이 늦게 전달 되었던지  바쁘게  한 쪽에서는 교재를 간추리고 있었다.

간식을 총무가 준비해서 나누면 같이 나누고, 교재도 자리마다 놓는 일도 한다.

 

내가 5기에 들어가서 지금이 7기인데 1기부터 하신 여든 셋의 선배님이 계신다.

그분은 향교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신 분이시고, 붓글씨를 오래 하셨고, 그림도 그리시고, 서각도 하시는 분이시다.

이번 학기는 걸음이 아주 느리게 걸으시니 옆에 계시면 맘이 쓰인다.

밤 시간이라, 전철역까지는 차 있는 분이 모셔다 드리면 전철을 타고 가신다.

우리는 여자 4사람이 방향이 같아서 같이 전철을 타고 오는데,  선배님도 같은 방향이시고 먼저 내리신다.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시내에서 젊은이들이 집으로 가는 시간이라 그 시간 전철이 붐비기도 하다.

서 계시기 보다 벤취에 앉아서 기다리시기에 내가 서 있다 자리를 챙기고 타실 때는 먼저 타시면 된다.

그러기는 해도 바로 옆에는 앉지 않는데, 일행 3명이 다른 칸에 탔는지라 내가 옆에 앉게 되었다.

스마트 폰에서 고목에 핀 매화도 사진을 보여 주셨다.

나를 줄려고 그린 그림인데  고목이 잘 못 되었다면서 다시 그려야 하겠다 하셨다.

다른 어느 분께서 받으실 때, A4용지 크기의 화선지였는데 아마도 그정도일 것이다.

길 가는 노인도 불편해 보이면 길을 걸으면서도 그 노인에게 눈이 자꾸 가는 것이 사람 맘인것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공부를 하는 분이시니 당연 챙겨 드려야 하는 것인데, 그런 맘까지 쓰신 것이 도리혀 송구할 뿐이다.

 

내리려고 일어서시면서 하시는대로 계속하세요란 격려의 말씀도 주셨다.(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들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으로 배우는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인 우리들은 정이 생겼다.

나이도 생각도 얼굴도 각자 다른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그 만남으로 정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들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분들이라도 목례만 하는 사람도 있고, 대부분의 남자분들은 목례만 한다.

그러나 또 몇몇 무엇에 끌리는지는 몰라도 더 반갑고, 결석을 해서 한 주 빠지면 보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다.

우리들의 막내( 56세) 총무는 유독 나에게만 안긴다.

그렇게 정을 내는 것이 고마워서 나는 마치고 나올 때, 총무가 떨어져 있으면 찾아가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나온다.

 

나와 나이가 같은 사람은 2학기가 지날 때까지 그저 목례만 했다.

이번 학기에 나이가 같은 것도 알아지고, 풍이 들어서 온갖 재즈리를 하는 남편을 건사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친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여러사람들 앞에서도 나를 친구라 부른다.

그이는 간식이나 교재를 나누러 가면 툭 친다. 그러면서 니는 니는 하고 종주먹을 들이댄다.

어제도 그러니 옆자리 우리들의 맏언니가 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느냐?고 나무랐다.

괜찮습니다. 아마도 정 쌓기 하는 모양입니다라 했더니 씨익 웃는다.

그곳에 가면 젊어지는 기분이 든다.

 

 

 

12일만의 집에 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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