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긴 가뭄에 몸살을 앓더니 중부 이북으로는 양동이로 퍼붓듯이 오는 비에 사상자가 나온 물 난리에
채소 값는 오르고 마트에서조차 애동호박이 보이지 않다가 오이가 보이지 않다가를 한다.
쪽쪽 곧은 호박이고, 오이가 남아 돌 때는 못난이들을 가져 와 보았자 사는 이들이 별반 없으니 장거리에 들지 못했다.
그런데 그제는 마트에서 잘 생긴 오이 5개를 포장해 놓고, 7,000원에 가까운 가격이 적혀 있었다.
채소가 기러워서 옥상의 풋고추 12포기 심은 것에서 찜고추도 따고 맛들어서 아삭아삭한 찍어 먹는 것도 따고, 졸임으로도 해 먹고,
다양하게 먹고 있다.
그러니 오이라도 사 오면 찍어 먹기도 하고, 썰어서 양념에 무쳐 먹기도 하고, 냉국도 해 먹고 해서 좋은데, 오이도 기러운 채소가 되었다.
어제 월요장에 갔더니 길고, 굵고, 껍질이 뚜겁고, 진한 초록의 오이가 5개 놓고 2,000원이어서 한 무데기 샀다.
껍질 깍아서 반찬으로 하면 될 듯했다.
전 같으면 그런 오이는 사지 않는다.
일요일 마트에 다녀 오다가 재래시장을 지나오면서 고구마줄기 4,000원을 주고 제법 큰단을 사다 놓았는데,
월요장에 7~8년 거래 해 온 자경농이 자기 고구마줄기가 껍질도 잘 까진다 해서 3,000원을 주고 한 단 또사 왔다.
한뼘 길이의 열무도 조금 놓아 놓고 2,000원 하는 것을 5,000원어치 사고, 가지도 3,000어치 샀다.
농촌에서 어쩌다 팔 것이 있으면 나오는 사람들은 월요시장이 열리는 곳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10차로인가? 넓은 도로 건너
아파트 뒷길 인도에 전을 편 곳도 제법 길다.
깻잎 순을 가져 왔던데 비닐에 담아 높고 팔고 있는데, 꼭대기 순이다 보니 보드러웠다.
2봉지 2,000원에 사 와서 손질해서 삶으니 색도 어찌 그리 곱던지. 2재기나 되는 양이 었다.
월요장을 다녀 온 것이 1시간 반정도 걸리고, 다듬고 씻고 데치고 한 것이 3시간여 걸리고(고구마줄기가 많아서)
반찬 만드는데 1시간여 걸리고, 나물 넣고 쓱쓱 비벼 먹을라고, 콩나물까지 한봉지 사 왔으니 가지는 하지 않아도 4가지
나물이나 되었다.
참 오랫만에 나물 넉넉한 밥상이었다.
보통 때는 그래도 단백질 반찬도 상에 올리는데, 멸치 볶은 것이 있어도 나물만 올리고, 계란찜도 하지 않은 밥상이었다.
오랫만에 밥 같은 밥을 먹었다.
요즈음은 채소 농사도 전국구이다.
긴 가뭄속에서도 원산지가 강원도라는 채소들이 월요장에, 마트에, 재래시장에 나왔다.
남부 지방은 아직도 가뭄중이지만, 그래도 물을 주어서 키운 채소들이 나와서 가격이 약간 비싸졌다는 것 말고는
지금처럼 이렇게 물건 자체가 귀하고 채소 값이라 할 수 없어 사는 것을 포기하기 까지는 아니였다ㅏ.
중부 이북으로 물폭탄을 붓는 장마가 있기 전에는,
친구네는 텃밭 농사라도 건고추를 50~60근을 하면 내가 20~30근을 사는데 올 해는 탄저병이 와서 다 따서 버리고, 앞으로 나올 것에서, 자기 먹을 것도 모자라지 싶다 했다.
내 먹을 것은 올 해 사돈께서 미리 깨 한말, 고추 30근 주문 해 두었다면서 20근을 주시겠다 하셨는데,
그 농가에서도 고추가 되어 보아야 하는 것이고, 않된다 해도 이래 저래 수소문 하면 살 수가 있을 것이고,
참깨는 작년에 흑임자5되, 흰깨 5되 사 둔 것이 있어 넉넉하다.
올 해 같은 해는 내가 지금껏 살아 온 중에서 없었다.
살고 있는사람들이 엉망진창이라 자연도 엉망이 되는 모양이다 싶어서 문뜩문뜩 겁이 난다.
비단 핵폭탄이아니어도, 자연이 내리는 재앙은 한꺼번에 단숨에도 핵폭탄 같은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보아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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