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반경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새벽 4시경에 팥을 삶으려고 가스불에 얹었습니다.
팥은 삶는 냄비가 바닥도 두껍고 전체적으로 두꺼운 것이어야 첫번째 끓어 오를 때 그 물을 쏟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서
바글바글 끓어 오르면 불을 적게해서 오래 오래 푹 삶아서 팥이 터진 것이 많고, 색이 약간 묽어진 듯할 때까지 삶아야
눈만 흘겨 보아도 팥이 뭉그러져서 잘 걸러 집니다.
쌀가루는 이틀 전에 빻아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것을 2/3 정도 덜어 내어 익반죽을 하는데, 오늘따라 익반죽 할려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왔는데, 그 물이 서너번 부어가면서 섞었는데 물이 딱 맞았고, 반죽의 농도가 아주 잘 되었습니다.
3중바닥 스덴 곰솥에 일단은 쌀을 넣고, 가끔 저어가면서 끓이는데, 새알심을 넣고 튀어 오를 때 간을 하는데,
오늘은 쌀을 넣고 저으면서 끓어 오르기에 소금간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금간도 한번에 딱 맞았습니다.
팥죽이나 녹두죽은 식은 뒤에도 띤띤하게 굳어지지 않게 할려면 끓일 때는 팥물이 넉넉하게 후럼하게 해야 식어서 아주 맛나는 팥죽이 됩니다.
그 농도도 새알심 비벼 놓은 것을 다 넣었는데 딱 맞았습니다.
보통은 간을 두어번에 나누어서 하는데 우연하게 맞은 겁니다.
죽 끓일 때 딱딱 맞더니 아침에는 뜨거운 죽을 먹었고, 낮에는 찬 죽을 먹었는데, 찬 팥죽이 더 맛났습니다.
좋아 하지는 않아도 시절 음식인데,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올 해는 팥이 비싸다 해서 작년에 넉넉하게 사둔 팥으로 1년동안 팥죽도 두어번 끓이고, 찰밥도 여러번 해 먹고,
한 해 먹고 남은 것이 올 해 동지 팥죽 끓이는 것으로 다 먹었습니다.
정월대보름 날 밥에는 서리태 콩, 붉은 양대콩을 넣으면 됩니다.아 참 팥을 삶아서 냉동 해 둔것이 남아 있네요.
요즘 농사가 그렇더라구요. 작년에는 대두콩 농사가 풍년이어서 대두 한말을 사서 메주를 쑤고 장을 담았지요.
올 해는 콩농사가 흉년이어서 서리태콩이 대두 한되에 2만원~2만오천원을 한다 합니다. 물론 대두콩 값도 다락 같구요.
동치미를 담아서 맛이 들만할 때가 동지 날 전후인데, 반정도 맛나게 먹다 나면 꼬까지가 끼면서 맛이 변해서
아예 담지 않고 몇년을 지났습니다.
이웃친구는 남편이 동치미를 좋아해서 매년 담기에 동짓날은 얻어다 먹었습니다.
올 해는 달랑무(총각무김치용은 아니고 무인데 늦게 씨를 넣어서 작은무) 가 적당한 것이 나왔길래
2단을 사서 총각김치를 담으면서 기특하게 그 중 큰 무 여나믄개로 동치미를 담았습니다.
아직 푹 익은 것은 아니고 먹을만 했습니다. 맛이 조금 더 들면 김치냉장고에 넣고 먹을 것입니다.
김치냉장고용 큰 통에 담았던 것이였습니다.
그냥 맛맛으로 동치미거니.... 하고 먹던 것이지, 가을 무 중에서 크기가 적당한 것으로 골라 큰 항아리에 담은 동치미의
쩡한 맛은 기대 할 수 없습니다.
팥죽은 동지 팥죽이 일년 어느 때 끓인 것보다 맛이 제일 나고, (있고가 아니고 나고) 동치미는 동지 팥죽과 먹을 때가 제일 맛납니다.
두 끼니를 팥죽으로 먹고 나니 저녁은 밥을 했습니다.
묵은지로 돼지고기 넣어서 김치찌개를 하고, 무청 삭혀 놓았던 것 쫑쫑 썰어서 액젓갈에 양념 넣어서 무치고,
청방정도 되는 작은배추 무청 삭히면서 같이 넣었던 것 놓고, 딱 그 세가지만으로 맛나는 저녁상이였습니다.
아침 밥 저녁 죽이라 하는 말도 있는데, 아침죽, 저녁 밥이였습니다.
제목을 동지팥죽이라 해 놓고도 끓이면서 사진도 한장 찍어 두지 못했습니다.
참 동지팥죽이 제일 맛나는 것은 작은 옹가지 그릇에 퍼서 장독에 얹어 두었다 밤에 동치미와 함께 야참으로 동네 친구들과
함께 먹을 때입니다.
그 친구들이란 외양간에 딸린 방에서 겨울 밤이면 동네 남자어른들께서 모여서 새끼꼬고, 가마니 치고 하는 친구들,
우리 또래 아이들이 아버지 계시지 않은 집으로 모여서 누구는 팥죽 들고 오고, 누구는 동치미 들고 와서 먹는 친구들,
동네 처녀들 아버지 계시지 않는 집으로 모여서 먹는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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