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에서 가까이 살면서도 요즘은 텃밭친구와 자주 만나지 못했다.
둘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잘하니 바뻤다
어제는 시장을 가면서 텃밭친구가 작년 늦가을까지 고추가 발갛게 익어 따두었던 고추를 빻어러 방앗간에 들렸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남의 시어머니 두분이 친구 관계인 듯 했고, 한분이 먼저 가고 남은 한분도 우리보다는 먼저 가셨다.
먼저 가는 친구가 뭐해주꼬? (당신의 며늘에게) 했더니 물김치를 해 달라해서
얼갈이 배추를 사 갖고 그 댁에도 고추가루를 빻아러 왔던 모양이었다.
남은 친구가 가는 친구에게 하는 말이,
"맛있게 담지 마라. 싱거텁텁한게 갱물이 돌도록 그렇게 담아라.
며느리 어무이 참 맛있어요 하면 너는 내도록 반찬 해주어야 하니
맛없으면 다시 부탁 않하고, 저그 친정에서 갖다 먹는다"
한 사람은 갔고, 준서할미가 남은 한사람에게 물었다.
"그댁에는 반찬 일부러 맛없게 만드는교? "
"아이시더 내 해 먹는대로 만들어 놓으면 우리 아~아들이(며늘들이) 착해서
저그 올 때 되면 만들어 냉장고로 김치 냉장고로 넣어 놋십더
갖고 가고 싶으면 내가 주는것이 아니고 저그가 챙겨 갑니더
내가 주면 맛 없시면 갖고 가 버릴까바 챙겨 주지는 안심더...."
"그러면서 왜 친구분에게는 그렇게 시키는교?"
"자~아가(친구가) 착해서 며늘 본지가 얼마되지 않아 며늘에게 너무 너무 잘하다
요즘 꾀 많은 아아들(그 집 며늘)에게 당하고 살것 같아서 그라지요 하하 하하" 라고,
그런데 맘은 마음 그대로여야지
- 마음 먹고 하는 것은 내 본심이 아니어서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다 -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본심이어서 서로간 통하기도 하고,
오래 가는 것이다.
1950년~1960년대 준서할미 세대를 키워오신 우리 부모님들과
또 1970년~ 부터 우리의 자식들을 키워온 준서할미 세대들은
다 그렇게 물 흐르듯 그런 직심인 맘으로 세월을 살아 왔다.
세상이 바뀌어지고, 사람 사는 형편도 달라지면서,
준서할미 세대가 바꾸어진 세상에 부대끼면서,
자기 자신은 실제 그렇게 못하니 다른 사람에게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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