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위의 닭들은 머리 좋고, 건강하고 저 오염되지 않은 황토꿀벌농장 님댁의 닭들입니다.
점심은 설 음식인 전으로 떼우고, 한가하다.
예전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객지로 나가 직장 다니는 친척들이 많았다.
우리집엔 아버지 형제분이 6남매 5형제분이셨는데, 위로 삼형제는 일본으로 떠나 계셨고,
해방이 되고, 중부님과 아버지는 돌아오시고, 백부님은 일본에 그냥 계시다, 일본인과 결혼해
사시다 돌아가셨다.
땅이래야 온 동네 자체가 산골이었는지라, 객지로 취직을 해 나가는 동네였다.
가구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것도 띄엄 띄엄 몇가구가 있는 웃대 어른들께서도 고향을 등지고
그곳이 객지였고, 정착해서 살아오신터라 집성촌이란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형편이었다.
그러니 내가 어린시절에도 객지에서 기차를 타고 고향이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집집마다 있었고,
명절 다음날이면 처객들도 오기에 명절은 아주 들뜨고, 즐겁고 그랬다.
우리들은 이집 저집으로 심부름을 더 해야했지만 그 또한 즐거웠던 것이다.
설명절에는 세뱃돈도 받았고, 그 세뱃돈으로는 입이 메어 터질듯한 사탕한두알 말고는 자끼장(공책)과 연필을 사는 것에 세뱃돈을 썼다.
직업군인이셨던 숙부님은 건빵과 담배를 가져 오셨고, 도회지에서 가져 오시는 선물에는 노인분들
잡수시라고 사탕과 센빼이라는 과자와 더 얇게 부친 (지금의 전병정도일까?) 과자와 옷가지등이 있었다.
과자는 노인분들 입맛 다시는 거였기에 그저 한 두어개 얻어 먹었지 싶다.
마당엔 언제나 화덕이 있었고, 그 화덕에 솥뚜겅을 엎어 놓고, 후라이판 대용으로 전을 굽기도 했고,
설 명절에는 추우니 정짓간의 큰 가마솥 깊숙이에 허리 굽혀 전을 굽기도 했다.
기름을 아낀다고, 접시에 기름을 붓고, 고구마나 무로 기름접시에 담구었다 달구어진 솥뚜겅이나
솥에 찍어 발라서 전을 구웠다.
지금에 말하자면 기름을 최대한 절약한 웰빙음식일 것이다.
직접 술도 담구었고, 물엿도 고았고, 그 물엿으로 강정을 만들기도 했다.
그 때 시골에서는 펑 튀기하는 곳이 없어서 솥에 모래등을 넣어서 볶으면서 고두밥을 쪄서
말려 두었던 것을 이루기도(펑 튀기는 효과와 비슷함) 했었다.
떡도 집집에 있는 디딜방아로 콩콩 방아를 밟으면 채로 하얀 쌀가루를 치고는 다시 방안간 호박에
넣고, 그리해서 떡쌀가루를 만들어 시루에 직접 쪄내었다.
닭장이 따로 없었고, 잿간에 횃대하나 걸쳐두면 밤이면 닭들은 그 횃대에 올라가 잤다.
그 때는 고양이는 없었고, 집집마다 지금에는 없어진 똥개를 키우고들 있었는데, 개는 집에서
키우는 닭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명절에는 닭들도 잡았고, 객지에 나가 있었던 분들에게 최대의 대접이었다.
명절 다음 날 집안의 처객들이 오면 누구집 닭이나 잡으면 그만인 시절이었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우르르 처객들이 몰려 다니면서 놀다가, 처객이 없는 집에서 닭을 잡아도,
그것을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고, 처객들은 특권이 있었다(하하)
처객들이 와야 명절 기분이 나고, 잔치 기분이 나는 그런 시절이었다.
서열이 분명한 친척들끼리는 그리 재미가 나는 것이 아니고, 처객들이 와야 짖굳게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랬던것 같다.(하하)
그 때는 설명절이 되어 음식을 장만하면 집에서 키우던 개들도 그 냄새 때문인지 들뜬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더 뛰고 즐거워했다.
음식이 귀했던 시절이라 지금처럼 남은 전이 굴러다닐 여유는 없었고, 아마도 한 2~3일 가는
명절동안 그 음식들을 다 먹었던 것 같다.
모여서 윷놀이도 하고, 술도하면서 술안주로 늘 술상에 나가야 했으니 말이다.
그 고향은 개발되어 아파트가 들어서고, 그 때의 의기양양하던 젊은이들은 노년이 되셔서
다 가셨고, 그 때의 꼬마였던 나는 이제 어른 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음식을 적게 한다고 해야 제상에 오를만큼은 해야하고, 그리하다 보니 기름냄새가 싫은
전들이 남는다.
이리도 저리도 해 먹기야 하지만 음식도, 사람도, 지천구러기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 밤 꿈에는 내 어린시절로 사람도, 물건도, 음식도 귀했던 -그 시절로 찾아가야 겠다.
이제 준서외할아버지와 나만 남은 이 공간이, 이 휴식이 휴식만이 아니고, 뭔가 쓸쓸함이 묻어나는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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